포럼뉴스
'수백억 횡령' SK 총수 형제 나란히 실형(종합)
최종수정 2013.09.27 18:36 기사입력2013.09.27 18:29
최태원 1심과 같은 징역 4년, 1심 무죄 최재원 징역 3년6월 법정구속
"사적 이익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으로 계열사 자금 유출, 준법정신에 의문"
핵심인물 지목 김원홍에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증인으로 세울 이유 없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양성희 기자]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그룹 총수 형제가 나란히 옥살이를 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4년을 선고하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최재원의 자백, 김준홍의 진술, 그 밖의 각종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예비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김준홍 진술은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구체성이 있어 명백하게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변론재개를 거쳐 최 부회장이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펀드 선지급을 통한 자금조달방안을 마련했고, 최 회장이 이를 수락해 SK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펀드자금 465억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바 있다.
재판부는 “주주, 종업원, 채권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의 몫이어야 할 주식회사의 자금이 투명한 절차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최 회장 형제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유출됐다”며 “허황되고 탐욕스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계열사 자금이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회장 형제는 수사 및 재판에 대비한 대응책으로 거짓된 내용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계열사 임직원들로 하여금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위증을 하게 했다”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진실과 허위를 뒤바꾸고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이라도 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 회장이 과거 1조 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사면된 전력을 거론하며 “최 회장은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에 활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향후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최재원 부회장의 IFG 주식 고가매입에 의한 배임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준홍씨와 짜고 본인 소유 차명 주식을 별다른 검토도 없이 베넥스가 사들이게 해 액수 불상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전날 대만에서 국내로 전격 송환된 일도 최 회장 형제에겐 득될 것이 없었다. 최 회장 측은 선고 당일 오전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도 김원홍을 증인으로 신문할 아무런 필요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원홍의 인간됨에 대해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했다.
최 회장 형제는 재판 과정에서 펀드 출자금에 대한 횡령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와 김원홍 전 고문에 의해 몰래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부합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도 증거물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녹취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도 오히려 최 회장 형제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최재원, 김준홍의 진술을 비롯한 다른 증거나 정황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춰 최 회장 형제의 주장에 부합하는 부분은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자 "도망가지 않겠다"며 구속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의견을 묻는 단계가 아니다”며 그대로 법정구속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본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아내다 맨 마지막에야 법정을 나섰다.
한편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장모 SK 전무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적 이익 위해 비합리적 의사결정으로 계열사 자금 유출, 준법정신에 의문"
핵심인물 지목 김원홍에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증인으로 세울 이유 없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양성희 기자]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그룹 총수 형제가 나란히 옥살이를 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4년을 선고하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최재원의 자백, 김준홍의 진술, 그 밖의 각종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예비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김준홍 진술은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구체성이 있어 명백하게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변론재개를 거쳐 최 부회장이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펀드 선지급을 통한 자금조달방안을 마련했고, 최 회장이 이를 수락해 SK그룹 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펀드자금 465억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바 있다.
재판부는 “주주, 종업원, 채권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의 몫이어야 할 주식회사의 자금이 투명한 절차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최 회장 형제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유출됐다”며 “허황되고 탐욕스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하여 계열사 자금이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회장 형제는 수사 및 재판에 대비한 대응책으로 거짓된 내용의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계열사 임직원들로 하여금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위증을 하게 했다”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진실과 허위를 뒤바꾸고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이라도 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 회장이 과거 1조 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사면된 전력을 거론하며 “최 회장은 주식회사제도를 개인적 목적에 활용해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향후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했던 최재원 부회장의 IFG 주식 고가매입에 의한 배임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김준홍씨와 짜고 본인 소유 차명 주식을 별다른 검토도 없이 베넥스가 사들이게 해 액수 불상의 재산상 손해를 가한 점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사건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전날 대만에서 국내로 전격 송환된 일도 최 회장 형제에겐 득될 것이 없었다. 최 회장 측은 선고 당일 오전 재판부에 변론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도 김원홍을 증인으로 신문할 아무런 필요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원홍의 인간됨에 대해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평했다.
최 회장 형제는 재판 과정에서 펀드 출자금에 대한 횡령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와 김원홍 전 고문에 의해 몰래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부합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록도 증거물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녹취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도 오히려 최 회장 형제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하고, “최재원, 김준홍의 진술을 비롯한 다른 증거나 정황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춰 최 회장 형제의 주장에 부합하는 부분은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재원 부회장은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자 "도망가지 않겠다"며 구속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의견을 묻는 단계가 아니다”며 그대로 법정구속했다.
이날 방청석에서 선고를 지켜본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아내다 맨 마지막에야 법정을 나섰다.
한편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장모 SK 전무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