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찾아오면 수수료 지급 ‘중개알선장려금 제도’ 인기
-문정지구 일반대상 토지 완판… “다른 사업지에도 적용할 것”

문정지구 조감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경기침체가 약이 됐다. 재고자산이 잘 팔리지 않자 공기업이 민간처럼 판촉에 나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SH공사가 도입한 중개알선장려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자산을 대신 팔아준 중개업자에게 '수당'을 주는 마케팅 방법을 쓰면서 3개월만에 870억원대의 토지를 팔아치우는 성과를 올렸다. 이에 10월 문정지구내 일반인 대상 토지는 완판됐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SH공사가 지난 5월부터 선착순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문정지구 미래형업무용지 가운데 7개 필지가 매각됐다. 이에 매각을 성사시키도록 도와준 중개인ㆍ중개법인에게 수수료로 5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SH공사가 공급하는 지역 내 토지ㆍ주택 매매계약을 성사시킨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중개알선장려금'을 시행한 결과다.

이처럼 중개알선장려금 제도는 땅이나 주택 판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선착순 분양 공고를 낸지 두 달만에 소규모 업무용지 7개 필지(870억원)가 모두 매각됐다. 대규모 필지 중 수 차례 유찰됐던 1350억원 상당의 1-1블록도 지난 8월14일 주인을 찾았다. 송파구청이 행정시설용지로 사용하기 위해 협의 중인 4-1블록을 제외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토지는 모두 팔린 셈이다.

이중 1-1블록은 '계약금 환불 조건부 공급'과 '중개알선장려금 제도'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경우다. 계약금 환불 조건부 공급제도란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45일 이내) 조건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1-1블록의 경우 오는 12월11일까지 계약해지를 신청하지 않으면 거래가 성사돼 주선한 중개업체에게 수수료가 지급된다.

중개알선장려금제도는 앞서 은평뉴타운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실제 은평뉴타운에서도 공인중개업자들의 중개로 총 582건이 성사됐다. 중개수수료율은 전세거래의 경우 0.6%, 매매거래는 0.8%가 적용됐다. 전체 계약건수 582건에 수수료로 총 11억5000만원이 지급됐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11월 은평구 현장시장실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공가 발생으로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은평뉴타운이 '완판'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배경에는 박 시장의 지원과 SH공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장기간 남아 있던 미분양 615가구에 특별선납할인과 중개료알선장려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분양촉진정책을 실시해 70일만에 모두 털어냈다.

SH공사 관계자는 "은평뉴타운에서 박원순 시장이 100일 완판 목표를 선언한 후 70일만에 미분양이 전량 해소됐고 문정지구에서도 100일 안에 토지를 모두 매각한 점은 성공적으로 평가한다"며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중개알선장려금제도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SH공사는 2013년 상반기에만 87필지 총 1조3388억원의 토지를 매각했다. 문정구 미래형업무용지는 총 39개 필지가 모두 매각됐고 이중 대형 필지(6만5617㎡) 7개 가격만 5975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매각공고를 낸 문정동 305일대 상업용지 8블록(3811㎡)은 나흘만에 공급가 401억원에 선착순 수의계약이 이뤄졌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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