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에게 이번주는 너무나 힘든 한 주였다. 올해 처음으로 적용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대기업 오너 일가의 부당지원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애꿎은 중소기업들에게 화살이 돌아간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7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신고’ 안내문을 보낸 1만658명의 기업인 가운데 96.9%인 1만324명이 증여세 1859억원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기획재정부가 2011년 말 관련 세법을 개정할 당시 추정한 1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신고자 중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주주는 전체의 1.5%인 154명이다. 이들이 낸 세금은 801억원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연간 매출 1000억원 미만인 중소기업 주주는 7383명으로 전체 신고자의 75.9%에 달했다. 납부액은 282억원(15.2%)이다. 또 중견기업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대기업 등 ‘일반 법인’의 주주는 2332명(22.6%), 납부액은 776억원(41.7%)이다.

당초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이들이 일감을 계열사에만 집중적으로 나눠주는 데다 이를 통해 오너 일가가 부를 편법적으로 상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대기업집단의 주주가 아닌 납세 대상자가 전체의 98.5%에 달하고, 세 부담도 절반 이상(56.9%)을 지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중기중앙회는 "당초 대기업의 부당한 경제력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도입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중소·중견 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사다리 구축을 위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중소·중견 기업을 제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계 제조업체 한 대표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제정 당시 중소·중견기업 주주들의 세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그럴 때 마다 정부는 대기업의 부당한 경제력집중과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한다고 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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