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대상 대출사기 성행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 서울에 사는 26세 김 모씨는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등록된 직원모집 광고를 보고 증권선물투자회사(가짜)인 OO컴퍼니를 찾았다. 이 회사는 김씨에게 취업 조건으로 증권선물계좌를 개설하도록 요구했고, 취업이 급박한 A씨는 저축은행 3곳에서 총 1500만원을 연 36% 금리로 대출해 계좌를 만들었다.

당초 이 회사는 계좌를 개설한 수당으로 김 씨에게 매일 12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며, 수습기간 3개월만 지나면 대출금 상환과 정규직 전환도 약속했다. 그러나 결국 대출금만 가로챈 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김씨는 월 45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하기 어려워 채무불이행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 충남 천안에 사는 29세 이 모씨는 지난해 7월 △△컨설팅에 취업했다. 이 회사는 이씨에게 카드와 보험모집 업무를 담당하려면 필요한 절차라며 주민등록등본과 공인인증서 신청서, 보안카드, 신분증 및 예금통장 사본 등을 요구했다. 이 회사는 이씨에게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4000만원을 대출, 현재 잠적한 상태다.

취업에 목마른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위 사례와 같은 피해자는 약 700여명으로, 현재 400여명이 50억원 정도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도 4일 기준 105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성행하는 최근 금융사기는 면접이나 입사 과정에서 높은 수당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받거나, 신분증 등 중요한 서류를 요구해 회사가 몰래 대출을 받은 뒤 도주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하반기 취업시즌을 앞두고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대출사기가 재연될 우려가 있어 소비자경보를 발령한다"며 "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전국 대학교와 교육청에도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취업과정에서 대출사기가 의심스러울 경우 경찰서(☎112)나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1332)로 문의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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