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수단[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야구 두산이 우여곡절 끝에 리버스 스윕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 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투수 유희관의 역투와 이원석, 최준석, 오재원 등의 홈런에 힘입어 8대 5 승리를 거뒀다. 1, 2차전을 모두 내줬지만 그 뒤 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 16일부터 잠실구장에서 5전 3선승제로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에 안착했다.

2010년 준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스윕을 이뤘던 두산은 또 한 번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일등공신은 단연 선발투수 유희관.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7.1이닝 3피안타 1실점의 호투를 뽐낸 2차전보다 훨씬 더 위력적인 투구를 과시했다. 7회까지 넥센 타선을 노히트노런으로 묶었다. 허용한 4사구는 겨우 1개. 반면 삼진은 무려 9개를 솎아냈다.

초반부터 날카로운 제구로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회 서건창과 이택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유희관은 2회 박병호, 김민성, 강정호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았다. 시속 130km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조합을 앞세워 넥센의 헛스윙을 효과적으로 유도했다.

삼진 퍼레이드는 그 뒤에도 계속됐다. 3회 선두 이성열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역대 준 플레이오프 최다 연속 탈삼진 타이기록(5개)을 세웠다. 후속 타자들을 모두 내야땅볼로 처리한 유희관은 4회 처음으로 출루를 내줬다. 1사에서 이택근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박병호를 투수 앞 땅볼로 이끌어 큰 위기를 맞진 않았다.

박병호[사진=정재훈 기자]

유희관의 호투에 두산은 선취점으로 화답했다. 오재일과 홍성흔의 연속 볼넷으로 잡은 4회 1사 1, 2루에서 이원석이 비거리 115m의 대형아치를 그렸다. 상대 선발투수 브랜든 나이트의 4구째 높은 코스로 날아든 시속 131㎞ 슬라이더를 공략, 그대로 왼 담장을 넘겼다.

3점은 넥센이 따라잡기에 다소 버거워 보였다. 무엇보다 유희관이 호투를 거듭했다. 5회에도 강정호와 이성열로부터 연속 삼진을 잡으며 삼자범퇴를 이끌었다. 7회까지도 구위는 줄지 않았다. 뜬공과 땅볼에 삼진 한 개를 추가하며 상대의 출루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넥센은 8회가 돼서야 타격감을 되찾았다. 선두 김민성이 유희관으로부터 좌중간 안타를 쳐 노히트 굴욕에서 벗어났다. 두산은 바로 마운드에 변진수를 올려 급한 불을 껐다. 강정호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지만 이성열과 유한준을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았다.

패색이 짙던 넥센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을 만드는 기적을 연출했다. 문우람과 서건창의 연속안타로 잡은 2사 1, 2루에서 박병호가 쓰리런을 작렬했다. 볼카운트 3-0에서 날아든 상대 구원 더스틴 니퍼트의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그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그렇게 돌입한 연장 승부에서 양 팀은 12회까지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넥센은 마무리 손승락이 삼진 4개를 잡으며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평소 투구 양의 2배에 가까운 64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두산 마운드는 물량 공세로 맞섰다. 니퍼트, 홍상삼, 윤명준이 분위기를 탄 넥센 타선을 조용히 잠재웠다.

최준석[사진=정재훈 기자]

승부는 연장 13회 대형아치로 갈렸다. 대타 최준석이 바뀐 투수 강윤구로부터 선두타자 홈런을 작렬, 두산으로 승기를 가져왔다.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볼넷으로 출루한 정수빈이 포일과 민병헌의 2루타를 틈타 홈을 통과했다. 오재원마저 바뀐 투수 이정훈으로부터 쓰리런을 터뜨려 13회에만 5점을 뽑았다.

넥센은 이어진 공격에서 반격에 나섰으나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문우람과 서건창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으나 대타 오윤의 타구가 1루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연결돼 2루 주자 문우람마저 터치 아웃되는 불운을 겪었다. 후속 이택근이 왼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뜨렸으나 박병호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올 시즌 여정을 아쉽게 준 플레이오프에서 마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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