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1인가구의 소비여력이 3~4인가구보다 더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육·가족부양 부담이 소비여력 차의 주원인으로 분석된 가운데 1인가구를 새로운 소비주체로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20대 후반~40대 전반 전국 500가구 대상 '1인가구 증가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月)가처분 소득이 전체 월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인가구가 32.9%로 3~4인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금액 면에서도 1인가구의 월가처분 소득이 80만5000원으로 3~4인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월주거비용은 3~4인가구(55만5000원)가 1인가구(40만6000원)보다 월평균 10만원가량 더 많았다. 다만 월수입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인가구(27.8%)가 3~4인가구(18.5%)보다 9.3%포인트 더 높았다.

대한상의는 "높은 주거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1인가구는 양육이나 가족부양 부담에서 자유로운 까닭에 소비여력이 3~4인가구에 비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대한상의는 1인가구들의 소비행동 키워드를 '솔로(S·O·L·O)'로 표현했다. 솔로는 자기지향(Self), 온라인지향(Online), 저가지향(Low Pirce), 편리성지향(One-stop)의 영문 단어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자기지향성과 관련해 1인가구는 향후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고자 하는 항목으로 여행(41.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기개발(36.0%), 레저·여가(32.8%), 건강(32.0%), 취미(26.0%)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항목으로는 외식(39.2%), 통신비(33.6%), 의류·패션(16.4%), 식품(16.0%)을 차례로 들었다.

1인가구 소비행동 키워드 중 온라인지향성은 물품 구매 패턴을 의미한다. 1인가구의 품목별 구입처 비중을 조사한 결과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제외한 패션·의류(63.6%), 가전(53.2%), 신발·구두(52.8%), 화장품(52.0%), 가정·생활용품(41.6%) 등 카테고리 대부분의 구입 경로가 인터넷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가지향성은 1인가구의 세일 선호도를 반영한 용어다. 세일기간을 기다리는지를 묻자 1인가구의 과반수(51.2%)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소 비싸더라도 품질이 좋은 식품·재료를 구입하는 편인지를 묻는 질문에 3~4인가구는 '그렇다'는 응답이 55.6%로 절반을 넘었지만 1인가구는 '그렇다'는 응답이 27.6%에 그쳤다.

원스톱은 간편하고 편리하게 한 번에 소비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표현이다. 어떤 형태로 요리나 조리를 하느냐는 질문에 3~4인가구는 식선식품(76.6%), 간편식(12.0%), 가공식품(10.3%) 순으로 답한 반면 1인가구는 신선식품(39.1%), 간편식(38.5%), 가공식품(21.8%) 순으로 답해 1인가구가 3~4인 가구에 비해 간편식은 3배, 가공식품은 2배나 더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집 주변에 어떤 점포가 있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도 1인가구 응답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한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대형마트(34.4%)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저가판매점(29.2%), 기업형슈퍼마켓(SSM·9.6%) 등을 차례로 들었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서도 '만족한다'(56.4%)는 의견이 '그렇지 않다'(8.4%)는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만족 이유로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서(87.9%) ▲부모 등의 간섭을 받지 않아서(34.0%) ▲정신적으로 자립이 가능해서(29.8%) ▲경제적으로 자립이 가능해서(25.5%) ▲자유로운 이성교제가 가능해서(18.4%) 등을 차례로 꼽았다.

1인가구 소비자들을 위해 향후 새로 개발되거나 확대됐으면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로는 반찬(45.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식사대용식품(44.0%), 1인가구 전용코너(43.6%), 배달서비스(42.4%), 렌털서비스(39.6%) 등이 차례로 언급됐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여력이 큰 1인가구가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들의 연령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특성을 세부적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서비스 개발과 유통채널 전개 노력 등을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구조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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