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일본 도요타 차량에서 전자장치 불량으로 급발진이 일어났다는 미국 법원 배심원 평결이 나와 사측이 피해자와 합의했다.

지금까지 도요타는 미국에서 수많은 급발진 소송에 휘말렸지만 전자장치 불량 등 기술 하자를 시인한 적 없어 비슷한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과 일본 양국의 언론이 이번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다. 미국 내 도요타 급가속 사례 피해자의 소송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도요타는 2007년 오클라호마주에서 일어난 캠리 승용차의 급발진 사건과 관련해 25일(현지시간) 피해자들과 합의했다고 AP통신과 LA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합의금 등 조건은 양측 합의에 따라 비밀에 부쳐졌다. 시사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같은 사실을 상세히 전했다.

전날 오클라호마주 1심법원 배심원단은 차량의 전자식 엔진조절 장치의 불량 때문에 급발진이 일어났다면서 도요타가 피해자들에게 300만달러(31억800만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 300만 달러는 순수한 손해배상금으로 당시 배심원단은 도요타가 과실에 따라 내야 할 추가 '징벌 배상금'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도요타가 합의에 나선 것은 판결로 생길 이미지 실추를 서둘러 막으려는 선제적 조처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급발진 사고가 잇따르자 1400만대를 리콜하고 화해금이나 배상금으로 거금을 냈지만 '운전자 조작 과실이거나 바닥 매트가 가속 페달을 눌러 문제가 일어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는 한 소프트웨어(SW) 전문가가 사고를 일으킨 2005년형 캠리의 엔진 전자장치 SW 코드를 분석하고 법정에 출석해 '복합적 SW 문제가 인정된다'고 증언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미 연방법원에서도 여러 건의 소송에서 전자장치 불량과 급발진 문제의 책임을 다투고 있다.

그러나 연방법원 평결은 배심원단의 전원 합의가 필요해 다수결 평결 방식인 주(州)법원과 다르게 도요타가 패소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오클라호마주 재판에서도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준 배심원은 평결이 성립되는 최소 인원인 9명에 그치는 등 내부 격론이 적지 않았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이번 소송은 2007년 9월 진 북아웃이 몰던 캠리가 오클라호마주의 한 고속도로 출구에서 급발진하면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차는 인근 장벽에 부딪쳐 운전자는 중상을 입었고 함께 차에 있던 승객 1명이 사망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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