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사모펀드(PEF) 자금이 선박 투자로 몰리면서 세계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해운업계에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PEF업계가 올해 현재까지 선박 투자에 쏟아부은 돈은 27억달러를 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업계에 유입된 PEF 자금 112억달러 가운데 25%에 해당한다. 지난 2011년 선박업계에 34억달러를 투자했던 PEF업계는 지금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선박 투자에 쏟아붓게 된다.

미국계 PEF 칼라일은 올여름 10척의 벌크선을 주문한 특수목적회사 인터링크 마리타임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또 다른 PEF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지난달 독일 선박회사 리크머스그룹과 합작회사를 세우고 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KKR는 지난 8월 5억8000만달러 규모 선박금융 투자 컨소시엄을 주도했다.

독일 DVB 은행의 닥핀 룬드 선박금융 부문 책임자는 "최근 3년간 PEF들이 선박 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작업에 개입했는데, 올해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말했다.

PEF업계는 선박회사 지분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구입에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이들이 주로 투자하는 선박은 드라이벌크선, 석유제품운반선,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등이다.

PEF업계의 선박 투자 열기가 뜨거운 것은 선박업계가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자산이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향후 경기 회복으로 새로운 수요 발생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리스 선박회사 코스타마레의 그레그 지코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EF업계가 선박 투자에 나서는 것은 바닥일 때 들어와야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선박업계는 신규 선박을 주문하는 데 필요한 자금 중 70%를 은행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인 현재 은행들은 아무리 재무제표가 탄탄한 선박회사라 할지라도 과거의 절반만큼도 대출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PEF업계의 선박 투자 열기는 최근 25년 만에 경험하는 최악의 불황 속에서 허덕이는 선박업계에 희소식이다.

미국 선박 컨설팅업체 마린머니의 짐 로런스 대표는 "스마트머니가 이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선박업계가 불황의 바닥을 쳤으며 곧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소재 선박금융 회사 마리타임앤머천트의 할버르 스빈 대표는 "선박업계에 새로운 주자, PEF가 등장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소식"이라면서 "다만 선박업계의 고질병인 과잉공급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PEF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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