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유럽이 정부 부채 외에 좀비 기업의 채무와 가계의 과도한 빚에 눌릴 위험이 높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호에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를 제외하면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위기는 정부 부채가 아니라 민간 차입으로 인해 빚어졌다며 이들 3개국의 민간 부채는 경제위기 직전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기 미국 민간 부채는 GDP의 175% 수준이었다.

기업 부채 문제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심각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포르투갈 기업 부채의 50%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 지고 있다. 스페인은 이 비율이 40%에 이르고 이탈리아는 30% 수준이다. 기업부채의 약 3분의 1에서 절반이 투자를 벌이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에게 물려 있는 것이다.

가계 빚 부담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서 가중되고 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의 가계부채는 GDP의 100%를 넘어섰다. 미국 가계의 소득에서 빚을 갚는 데 지출하는 금액의 비율이 10년 중 최저로 떨어진 반면, 스페인에서는 이 비율이 호황기 때보다 높아졌다.

IMF는 유럽 성장에 있어서 정부 부채보다 민간 부채가 더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대출 상환 부담은 소비 지출을 옥죄어 경기를 억누르는 요인이 된다. 좀비 기업은 필요한 곳에 자금을 융통하는 금융 기능을 가로막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조차 받아들이고 있듯이 정부가 긴축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이 부실채권을 인정하고 대손상각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자산 건전성 평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즉,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어떤 정치적 압력에도 휘둘리지 말고 부실채권 규모가 제대로 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채권 규모가 커지면 은행은 대손상각을 더 해야 해 이익이 줄어든다. 또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이코노미스트는 부실채권을 매각하는 배드뱅크의 업무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배드뱅크가 있고 여러 나라에서 파산법을 정비했지만 아직 미비한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는 부실채권이 1220억유로(약 178조3900억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매년 20억유로만 처리된다. 또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금융계의 온갖 부분에 시시콜콜 간섭을 하지만 지방은행의 부실채권은 방치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 등에 힘입어 호황기에 쌓인 과도한 부채의 3분의 2가량을 덜어낸 반면 유로 지역은 민간 부채를 줄이는 작업이 더뎠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재정 긴축과 취약한 은행, 까다로운 파산법 등을 들었다.

우선 재정 긴축은 유로 주변국 경제의 침체를 심화시켰고 그래서 민간 부문의 부채 경감을 어렵게 했다. 또 유럽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인정하고 대손충담금 쌓기를 꺼렸다. 게다가 유럽 파산법은 미국에 비해 채무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아서 채무재조정을 덜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이탈리아에서는 기업 파산 절차가 평균 7년이 걸린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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