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유쾌한 미소를 가진 남자. 28년 동안 배우로서 관객들을 웃고 울린 박중훈이 감독으로 첫 선을 보였다.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이 쏟아졌고, 당연히 부담과 중압감도 컸다.

배우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몫이지만 감독으로서 영화 한편을 완성하려면 모든 생활을 ‘올인’해야 한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고충과 자괴감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제 무사히 개봉을 했고, 지난 일들을 웃으면서 풀어놓을 수 있게 됐다.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난 박중훈 감독은 환한 미소로 ‘톱스타’에 얽힌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이게 투자가 가능할지, 캐스팅이 가능할지 여러 면에서 불확실해요. 캐스팅이 완료되면 촬영 전까지가 불확실하고..촬영이 들어가면 이변이 없는 한 완성이 되는 건 큰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불확실한 일을 현재 확실한 것을 내려놓고 하려니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톱스타’는 연예계 뒷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실제로 배우 생활을 오래한 박중훈이 그려내는 작품이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는 “보편적이지 않은 곳의 일을 통해서 보편적 감정을 받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훈 감독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그래비티’를 언급했다.

“‘그래비티’가 호응 받는 이유가 뭘까요. 우주 이야기인데다 우리가 지금껏 가 본 경험도 없었고 상상한 적도 없었지만 본인 얘기로 받아들인다는 거죠. 만약 관객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면 다큐로 끝날 수도 있었어요. ‘톱스타’도 마찬가지에요. 연예계는 대중들이 큰 관심을 가진 곳이지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되고 말겠죠.”

그는 주인공 태식 역에 엄태웅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처음 태식이라는 배우를 선정할 때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단다.

“하나는 어수룩함이고, 또 하나는 결핍감이었죠. 뭘 해도 단단하지 않은 느낌? 후반부 광폭해지기 때문에 선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차돌맹이 같은 배우가 하면 너무 (캐릭터가) 미워질까봐..그런 면에서 엄태웅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오랜 기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거절하는데 익숙했던 박중훈은 이번에 감독으로 변신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초반 20대 분위기가 나는 배우를 캐스팅하고자 했지만 죄다 거절을 당했던 것. 상처도 받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제가 의뢰했을 때 숨도 안 쉬고 무조건 ‘하겠다’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배우들이 얼마나 재는데요. 자기 작품을 재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 작품으로 인해서 자기 평가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민감할 겁니다. 거절 할 때 상처가 없기는 힘들죠. 견디기가 쉬운 경험은 아니었어요.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그는 배우로서보다 감독으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다고 털어놨다.

“배우의 스트레스도 상당한데 감독이 배우와 다른 점은 최종결정권자이자 최종책임자라는 거죠. 그 책임감이라는 것이 상당해요. 압박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숙면을 못하고 악몽을 꾸기도 했어요. 물론 술도 많이 마셨죠. 제가 또 술을 몹시 사랑하거든요. 하하.”

아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던 박중훈 감독. 그는 촬영을 할 때 한 번에 OK, 혹은 2~3번 만에 OK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배우가 ‘레디고’ 사인을 듣기 전에 카메라 앞에 설 때는 이미 캐릭터화 돼있고 대사를 외웠고, 분장도 하고 의상을 입었다는 거예요. 그러니 그냥 찍으면 되죠. 확연히 드러나는 결함만 없다면 제 경험상 (몇 번을 찍든) 다 비슷해요. 많이 오래 찍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영화가 한 컷으로만 이뤄지면 완벽할 때까지 찍겠는데, 너무 기운을 뺏기면 그 다음을 못 나가거든요. ‘수우미양가’가 있으면 90점이나 100점이나 어차피 ‘수’잖아요. ‘수’ 안에만 들어오면 OK하는 거죠.”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던 박중훈 감독은 “그런데 요즘에도 성적표에 ‘수우미양가’가 있냐”고 물으며 웃어보였다. 너무 ‘옛날 사람’ 같은 티를 낸 것이 아니냐며 멋쩍은 미소를 짓던 그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임에 분명했다. 건강한 기운을 전파하는 배우이자 감독 박중훈이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높아진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사진=송재원 기자 sun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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