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5일(현지시간) “한국 정부는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4% 정도로 보고 있지만 실제로는 3%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상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많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당국도 금리 인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 특파원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고 경기 부양 정책의 한계,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정부 지출 확대나 추경예산 편성의 어려움 등이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중 재정 정책은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세금 인상 등에 어려움이 있어 한계가 있다”면서 “한국은 정책 수단 중 가장 유연성이 있는 통화정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일본과 미국이 이 같은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늘리면 중소기업과 일반 가계의 어려움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축소를 늦추고 시장금리 상승도 지연될 전망인데, 이 경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상대적으로 이자율도 높아 해외자본 유입이 계속 되면서 원화강세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관련해선 “재벌 중심 성장이 한계에 달한 시점에서 필요한 얘기이지만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지 단기적으로 부양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다가 최근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IT(정보기술)와 조선, 자동차 산업이 정체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관련해선, “FRB가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내리려면 적어도 3개월 연속 비농업 고용 창출이 20만개는 돼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빨라야 내년 3월 아니면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 이후에도 미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FRB가 양적완화 규모의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는 이른바 영구적인(permanent) 양적완화 정책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증시의 거품 논란과 관련, 그는 “뉴욕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평균 수준에 비해서는 다소 높지만, 양적완화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정을 받을 이유도 별로 없다”면서 장기적인 강세장 가능성을 점쳤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시장금리도 소폭의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점쳤다.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미국 정치권에 대해서는 “내년에는 중간 선거가 있기 때문에 미국 정치권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 등 재정 문제와 관련해 타협하겠지만 2015년에는 다시 대립해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문제가 또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최근 급격한 자본유출 등으로 혼란을 겪었던 신흥국 경제의 전망에 대해선 비관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신흥국의 수출 주도 경제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다”면서 “더구나 생산원가가 높아져 미국으로 공장 유턴 움직임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15%대 성장을 기록했던 중국도 이제 수출 증대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7% 이상의 성장은 어차피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미국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LA 한미은행장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로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요 이코노미스트들 대상으로 선정한 경제 전망 정확도 평가에서 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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