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편의시설 부족해도 분양가 싸 입주민 만족도 높아

전국 보금자리주택 중 가장 먼저 입주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LH푸르지오' 아파트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교통편과 편의시설 부족한 것 말고는 살기에 너무 좋다. 이 정도 분양가에 아파트를 얻었다는 게 행운이다. 근데 주위에선 보금자리주택에 산다는 것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때가 있어서 당황스럽다."(서울 강남구 세곡동 LH푸르지오 주민)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범고개로를 따라 약 5분 정도 달리면 우측으로 강남보금자리지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강남더샵라르고', '강남푸르지오시티' 등 초입에는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다. 이어 자곡로를 따라 지구 안으로 들어가자 국내 보금자리주택 중 첫 입주 물량인 '세곡 LH푸르지오' 아파트가 나타났다.

입주 1년여가 지난 이 단지는 입주 초기와는 다르게 유동인구도 많고 공원, 학교 등이 잘 정비돼 있어 쾌적한 느낌을 준다. 특히 단지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곳곳에 조성된 녹지는 자연친화적이어서 주민들도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단지에 살고 있는 김모씨(30대)는 "아무래도 첫 입주 단지다 보니 조경 등을 많이 신경쓴 듯하다"면서 "아이들 어린이집 들어갈 때와 마트 갈 때만 빼고는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김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두고 있다. 직장이 거여동이라는 김씨는 보금자리주택에 당첨이 안 됐더라면 얼마나 막막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고 털어놨다. 이전에 전세로 살던 집 주인이 전셋값을 무려 4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보금자리시범지구로 지정된 이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1000만~1100만원으로 시세의 절반에 공급됐기 때문에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생애최초와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본청약에서 50대 1, 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청소년들은 놀이시설과 교통편이 부족한 점을 가장 불편하게 여겼다. 인근 중학교에 다리고 있는 이모군은 "지금 놀러나가는 중인데 수서로 갈지 양재로 갈지 고민 중"이라며 "아파트에 살고 학교가 가까운 건 좋은데 친구들과 놀꺼리가 너무 없다"고 말했다.

'LH푸르지오' 아파트의 커뮤니티시설은 아직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아직 입주자대표회 등이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해 헬스장 등 커뮤니티시설 이용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헬스장은 러닝머신 10여개만 덩그러니 놓인채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입주 1년여가 지나면서 하자ㆍ보수에 대한 민원이 생겨나고 있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안전기와 누수 등에 문제 가 있어서 고쳐달라는 민원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오는 2017년 전매 제한이 풀린다. 현재는 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어 시세를 파악할 수는 없다. 입주민들도 전매제한이 풀리면 호가를 보고 매매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입주민은 "아직 전매제한 기간도 좀 남았고 향후 시세가 어떻게 형성될지 모르니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면서 "다른 아파트들이 다 입주해서 여건이 나아지면 굳이 이사 갈 필요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6월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된 인근의 '래미안강남힐즈'를 통해 미래를 점쳐볼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전매가 가능해진 이 단지 인근에는 벌써부터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등장할 정도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래미안강남힐즈 단지 중 산 바로 밑에 있는 611동 전용면적 91㎡의 경우 프리미엄이 8000만원이나 붙었다"며 "집을 보러 오겠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른 보금자리주택에서 본청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