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회현역 자락 인근 땅속에 묻혀있다 발견된 한양도성 성곽 일부 모습.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94m 길이의 한양도성 성곽 일부가 100여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 6개월부터 5개월 동안 남산 중앙광장 일대(교육정보연구원~분수대~구 식물원 자리) 100여m를 발굴조사한 결과 땅 속에 묻힌 옛 성곽 94.1m를 찾아냈다고 22일 밝혔다.

남산 중앙광장 일대 성곽은 1912년 제작된 '지적원도'(1912년 제작) 등 기록으로만 존재했을 뿐, 그간 잊혀져 있다가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실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번 발굴 구간은 일제 때 일본인들이 한양공원(1910년)조성, 조선신궁(1925년)을 짓기 위해 지형을 크게 변형시키고 한양도성을 훼손한 지역이다.

광복 이후에는 이승만 동상 건립(1956년), 남산식물원 개장(1968년) 및 기타 개발 사업으로 이 일대 성곽이 거의 훼손돼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추정됐지만,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굴됐다.

이번에 발굴된 성곽은 전문가들의 실시조사와 시대별 축조양식을 통해 한양도성 축조 초기인 태조시대에 처음 쌓아 세종, 숙종 이후까지도 계속 보수한 흔적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조선시대에 성벽을 지키거나 쌓는 것을 관리했던 관청명 일부가 적힌 기와 조각과 함께 바닥돌, 분청사기편, 왜사기 등 조선초기부터 20세기까지의 다양한 유물도 함께 출토됐다.

현재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성곽은 침략으로 인한 인류문화훼손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6일 유네스코 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구어잔 부위원장(Guo Zhan, 중국)을 비롯한 외국전문가들이 해당 구간을 살펴보고 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올해 이 일대 성곽의 축성 시기나 학술적 가치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더 상세하게 밝혀 낼 예정이다. 시는 한양도성 복원을 위한 ‘남산 회현자락 정비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그동안 힐튼호텔 앞 아동광장 일대 성곽 84m(2009년), 백범광장 일대 성곽 245m(2012년)에 대한 복원 사업을 각각 완료한바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