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발단은 중국이 지난 23일 영유권 분쟁 지역까지 포함시킨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부터다.

이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인근 국가들과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사전통보 없이 B-52 장거리 전략 폭격기 훈련비행을 이 지역에서 실시하며 사실상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 국방부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지난 25일 오후 7시쯤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두 대의 항공기가 문제의 동중국해 상공을 1시간 정도 머물다가 무사히 귀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항공기들은 B-52였고, 비무장상태였지만 중국에 사전 통보는 물론, 주파수 등록도 하지 않았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이 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들은 사전 비행경로와 주파수 등록을 하라는 요구를 무시한 것이다.

미 국방부 대변인 스티븐 워런 대령은 이와 관련, “이번 비행은 '코럴 라이트닝'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됐으며 훈련 일정은 오래 전에 예정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공군기를 마주치지도 않았고, 별도의 대응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인 훈련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 조치를 인정할 수 없으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이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와 한국의 이어도 해상을 포함한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자마자 미국은 이를 강력히 비판해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조치를 ��불필요한 선동적인 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도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의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지역에서 미군의 훈련 방식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B-52 훈련비행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각국의 이견은 위협이나 선동적인 언사로 해결해서는 안되며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의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은 중국이 동중국해는 물론 향후 기타 분쟁지역 등에서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산시키려는 전략구상에 미리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미 '아시아·태평양 중시(Pivot to Asia-Pacific)' 전략을 통해 사실상 중국 견제를 추진해왔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일본 등) 지역 국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오히려 중국을 겨냥한 우방국과의 결속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중국도 적극적인 해양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지역에서 미·중 주요 2개국(G2)의 신경전과 힘겨루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