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종로구 동대문교회의 존치를 요구하는 교단에 대해 서울시가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고 이미 결정됐다"며 "이 일대를 한양도성 성곽공원으로 조성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단 공원 조성 시 이곳의 역사성을 고려해 표지석·기념동판 등으로 교회 흔적을 남기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동대문 교회의 건물과 터, 교회 종은 내년 조성될 동대문성곽공원 사업부지에 편입된 상황이다. 하지만 2년 가까이 감리교 유지재단(교단)과 동대문 교회 사이에서 재산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 서울시는 공원조성을 위한 교회건물 철거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시는 교단이 문화재로서의 존치를 요구해 온 교회 건물, 터, 종 등 3건 모두에 대해 이미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심의결과가 나온 점을 강조하며, 성곽공원을 내년 1월 교회건물 철거를 시작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못박았다.

교회 건물 중 'ㄱ'자형 한옥건물은 그동안 교단에서 1892년 세워진 동대문교회의 최초 예배당인 '볼드윈 채플'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이 한옥건물을 예배당으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곳 대다수 목사들과 교인들조차 예배당이 아닌 목사 사택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며 "예배당 위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원회는 교회 터 역시 국가 사적인 '한양도성'의 지정구역에 포함돼 추가로 문화재로 지정하기엔 중첩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는 결정했다.

지난해 3월 문화재청에서 심의한 동대문 교회 종은 "역사성과 예술적 가치가 미흡해 등록문화재 등록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 종은 갓만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종심과 지지대 등은 근래에 조성된 것이다.

현재 교회 본당 건물은 1973년에 신축된 건물로 50년 이상이어야 하는 문화재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서울시는 'ㄱ'자형 한옥건물에 대해 추가 조사키로 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축 작업'이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또 공원 조성시 동대문교회 터의 장소성을 기념할 수 있는 기념동판 설치외에도 교회, 재단 등과 협의를 통해 교회 흔적을 남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내년 동대문 교회 터를 포함한 1만1519.7㎡ 부지에 동대문 성곽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 사업 관련 보상금은 1308억원이 들어가며 이 중 동대문 교회 보상비는 199억원으로 이미 법원에 공탁금 형태로 지불된 바 있다. 교회와 재단 간 재산권 소송이 끝나지 않아서다. 공원조성 공사금은 180억원으로 총 사업비는 1488억원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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