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미국의 셰일오일 붐으로 비상이 걸렸다고 미국의 월스트리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정유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자국의 셰일오일과 캐나다산 원유를 이용해 세계 정유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면서 아시아 업체들은 대규모 설비투자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려야 하는 탓이다.

미국 정유업체들이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서 원유 가격이 낮아지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원유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BP와 비톨그룹은 최근 미국산 항공유를 중국 업체들에 팔았다. 이는 통상적인 무역 흐름과 상반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미국산 항공유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일본의 도쿄전력은 지난해 2월 미국 엔터프라이즈프로덕츠파트너스(EPP)로부터 2016년까지 액화석유가스(LPG) 20만t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셰일오일로 미국산 LPG 가격이 싸졌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에서 프로판 가스는 t당 620달러에 판매돼 중국의 1000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부탄가스의 가격차는 이보다 더 심하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 정유업체들도 미국의 수출 증가로 충격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스오일은 지난 10년 동안 경쟁력 유지에 필요한 생산설비 개선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의 셰일오일 붐을 예상하지 못한 투자였다.

한국 정유업체들은 고급 경유를 유럽으로 수출했지만, 미국산 제품 때문에 가격을 내렸다. 수익성이 줄었다는 의미다. 더구나 경유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은 호주 등 다른 시장 개척에 나섰고 호주 정유업체들은 아시아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산 석유 제품 수출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에서도 늘어났다.

유럽의 미국산 경유 수입량은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고 브라질의 미국산 경유 수입량은 아시아산보다 3배 더 많다고 WSJ는 덧붙였다.
　
세계 3위의 원유 및 정유 제품 거래 업체인 네덜란드의 트라피휘라 베헤이르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가 원유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고 분석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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