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최근 스마트폰에 100만원 가까운 보조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조금 경쟁 과열의 원인을 놓고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네 탓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통사가 보조금 과열의 주범으로 제조사를 지목하자 제조사는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며 날을 세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15일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에 투입되는 보조금은 최대 100만원 가까이 치솟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 보조금은 99만원, 갤럭시 노트2 보조금은 95만원에 이르는 등 단말기 값에 달하는 보조금이 지급된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담합해 LG전자 단말기에 보조금을 대폭 싣자 삼성전자가 반발해 SK텔레콤, KT에 장려금을 대폭 투입했다"며 "제조사 간 싸움이 보조금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최근 보조금 과열경쟁의 주범이 제조사라는 지적이다. 이통사는 제조사가 지급한 보조금이 50만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제조사 측은 이통사 측이 '더티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90만원짜리 단말기를 판매해 원가, 인건비, 마케팅비 등을 제외하면 투입할 수 있는 보조금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통신 시장 과열의 원인으로 제조사만 지목하는 것은 이통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이통사에 제품을 공급했지만 이통사가 보유한 재고를 밀어내지 않으면 이통사가 신제품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장려금이 투입되는 것인데 이통사가 제조사의 문제만으로 몰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통사가 유통 구조를 장악한 상황에서 장려금 투입이 이뤄지는 데 이를 제조사 탓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이통사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보조금 과열 경쟁과 관련해 이통사와 제조사가 네 탓 공방을 벌이는 것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단통법은 장려금 규모를 공개해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는 게 취지인데 대체적으로 제조사는 반대, 이통사는 찬성 입장이다. 이통사가 보조금 과열 경쟁의 원인을 제조사로 돌려 단통법 통과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제조사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시장 과열 경쟁을 촉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 제조사와 이통사가 격돌하고 있다"며 "단통법 통과 이슈와 맞물려 양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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