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KT 자회사 직원의 수천억대 사기 대출 사건과 관련, 이 직원이 허위 매출채권을 이용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총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자회사인 KT ENS의 부장급 직원 김모씨는 2008년 5월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발행해 이를 담보로 여러 금융사로부터 수천억원의 대출을 받아 냈다.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폰을 KT 자회사에 납품한 것처럼 꾸미고 외상 대금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간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이번 사건으로 시중은행 3곳과 저축은행 10곳 등 총 13개 금융사가 3000억원 안팎의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은 현재 은행에 대출이 남아 있는 '잔액 기준'일 뿐, 대출이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4~5년에 걸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의 총 대출 규모는 조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씨는 대출 마감 시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대출을 다시 받아 기존 대출금을 갚는 등 '돌려막기'를 수차례 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출을 총 몇 번에 걸쳐서 얼마를 받았는지는 현재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대출이 금융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조사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뿐 아니라 조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정확한 수치(대출 총액)가 나올지도 미지수"라고도 덧붙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를 포함한 관련자들이 대출금 돌려막기를 위해 대출을 계속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정확한 피해액은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금융사는 하나은행으로 총 1624억원에 이른다. 또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96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피해 규모는 800억원 정도다. BS저축은행이 234억원으로 가장 많고 OBS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인천저축은행, 우리금융저축은행, 아산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등이 포함됐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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