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갑자기 점프에 자신이 없어졌다.”

그런 부담마저 이겨낸 ‘피겨여왕’이다. 깨끗한 연기로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았다.

김연아(24)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피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9.03점, 예술점수(PCS) 35.89점을 획득, 총점 74.92점을 기록했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남긴 78.50점에 3.58점 모자랐지만 시종일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쾌조의 출발을 보였지만 김연아는 “워밍업에서 긴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매일 훈련한대로 하려고 했는데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점프에도 자신이 없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경기장에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의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가 울려 퍼지자 이내 평소처럼 ‘여왕’의 면모를 과시했다. 보란 듯이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럿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했고, 이어 시도한 트리플 플립을 안정적으로 해냈다.

김연아는 “(빙판에서) ‘하던 대로 하자’고 했더니 잘 됐다. 첫 점프가 많이 걱정됐는데 그걸 성공하니 한 시름이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부터 연기가 잘 풀렸다”고 했다.

김연아는 노래의 주인공인 화려했던 중년의 여배우가 돼 연기했다. 과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에게 고백했으나 거절당하고서 느낀 회한과 그리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특히 표정 연기는 곡의 서정적인 흐름에서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애절하고 애처롭기까지 했다.

연기를 마친 김연아는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밴쿠버 때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지만 연연하지 않았다. “시즌마다 규칙이 바뀌어 그때와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남은 시간 잘 준비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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