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의 두 공주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세상을 녹인 두 자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전 세계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내며 연일 흥행기록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겨울왕국이 인기를 얻게 된 배경에는 기존의 디즈니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 큰 몫을 한 듯 합니다. 남녀간의 러브스토리가 아닌 가족 간의 진정한 사랑, 특히 자매의 깊은 우애를 보여주었으며 여성의 관점에서 진취적인 자세로 미래를 개척하는 모습이 관객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에도 여성이 주인공이 되어 역량을 발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의 메르켈총리,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등 세계를 이끄는 리더 중에서 여성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창의적이고 소통을 지향하는 여성의 장점이 부각되는 시대가 도래 하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뛰어난 공감능력은 이들의 지도력을 한층 더 빛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의 여성은 아직 추운 겨울왕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최근 몇 년간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글로벌 ICT 기업의 약진은 대부분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온 정보통신 산업분야는 물론, ICT정책 분야에서도 여성리더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삶에서 ICT는 뗄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ICT분야의 여성 리더는 턱없이 부족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보통신기술을 접하는 남녀 간의 기회차이도 심각합니다. UN은 작년 '여성의 정보사회 편입을 통한 디지털 기회의 증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접근과 관련한 심각한 성비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인터넷사용자중 남성은 15억 명, 여성은 13억 명으로 약 2억 명에 달하는 격차가 존재하며, 앞으로도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제수준에 따른 차이도 존재해 개도국의 인터넷 이용 남녀격차는 더욱 심각합니다. 모바일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 여성들 가운데 21%만이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남성에 비해 약 3억 명이 적은 수치라고 합니다. 이러한 남녀간의 온라인 접근성과 기회의 격차는 ICT를 활용한 능력, 더 나아가 ICT 정책과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을 맡는 기회의 차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는 ICT분야에서의 양성평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ICT를 통한 양성평등, 그리고 ITU 내 여성 참여 증진과 관련한 결의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1998년 이 결의가 채택된 이래, 매 전권회의에서 'ICT와 여성'이슈는 활발하게 논의 되어왔습니다. 올해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2014 ITU 전권회의에서도 ICT를 통한 여권의 신장 및 ICT분야의 여성 참여와 기여 확대와 관련하여 한 단계 발전된 논의가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ITU는 Girls in ICT Day, Tech Needs Girls 국제캠페인 등 양성평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여권신장에 앞장서온 영화배우 지나 데이비스를 여성 특사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ITU의 의지와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 지난해 5월 'Girls in ICT Day'행사를 개최하는 등 여성들의 ICT 분야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세계는 지금 고용 없는 저성장으로 깊은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필수적입니다. ICT 산업이 지식 집약적이며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에서 여성 참여 증대가 가져올 영향은 실로 막대할 것입니다.
　
통섭과 융합이 대세인 시대, 여성의 풍부하고 섬세한 사고가 ICT와 만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창조적인 일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왕국에 따뜻한 봄이 왔듯, 여성이 ICT 분야에 꽃을 피우는 따뜻한 봄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민원기 ITU전권회의 의장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