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설계기 2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4일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에게 원하는 만큼 선물을 다 주지 못해 가슴 아파했다.일부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이 북한 정부를 의식해 선물을 뿌리치자 말을 못한채 눈물만 흘렸다.

유일한 부녀 상봉자인 남궁봉자(61)씨는 북측 아버지 남궁렬(87)씨에게 규정에 맞게 선물을 마련했지만 아버지가 '고향 쌀'이 맛있다는 말을 자주해 마음이 걸렸다며 울먹였다.남궁봉자씨는 "아버지의 고향이 충남"이라면서 한 10kg이라도 사올 걸"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남궁봉자씨는 "아버지는 틀니를 했는데 이가 안좋아 밥을 잘 못 드시더라"면서 "다른 집보니까 베지밀 사와서 드리던데 나도 사올 걸 그 생각을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가방 2개에 각각 30kg씩 60kg을 맞춰서 선물을 준비했다. 그 안에는 파카,와이셔츠,속옷,양말,운동화,영양제,감기약 등을 많이 넣었다고 한다. 남궁봉자씨는 "이 약 다 드시고 건강해 지셔서 통일 되면 다시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미국서 북한에 있는 오빠 전영의(84)씨를 만나러 온 김경숙(81)씨와 권영자씨는 개별상봉에서 준비한 선물을 하나 하나 꺼낼 때 전영의씨가 굳은 표정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를 냈다고 전하면서 눈물을 흘렸다.이들을 미국에서 남편의 성에 따라 성을 바꿨다.

김씨는 "오빠가 살아계실 때 이것도 입어보시고,저것도 입으시고..."라고 말하자 전씨는 큰 소리로 성을 내며 "너희가 아무리 잘 산다해도 이게 뭐냐"라고 야단을 쳤다.
보다 못한 전영의씨의 북측 아들이 "아버지 그만하시오"라고 말라기도 했다

김씨 등은 "우리가 오빠 한 번만 만나보려고 기다렸어요.그렇게 만난 오빠에게 우리가 가진 것 다 드려도 부족한데..."라며 오열했다.

김씨는 "그렇게 말해야 하는 현실이,우리가 헤어진 시간, 이 현실이 서럽고 비참해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던 중 오빠 전씨가 가족 테이블에 모습을 나타냈고 김씨 등은 오빠가 앉자 마자 손을 잡고 전씨의 품에 얼굴을 파묻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2차 상봉에서는 북측 상봉자 88명 가운데 73명이 형제자매를 만났고 14명은 조카 등 3촌 이상의 가족을 상봉했으며, 부녀지간 상봉이 한가족 있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