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성화가 꺼졌다. 이제 다음은 2018년 평창이다.
온 국민이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하고,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준 젊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소치의 감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감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0.001초의 숨 막히는 경쟁을 하는 올림픽이 아니라 100분의 1의 간절한 희망을 향해 달리는 패럴림픽 선수들의 이야기가 곧 시작된다.
소치 동계 패럴림픽이 3월 7일(현지시간)부터 열흘간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동계 패럴림픽 5개 전 종목에 걸쳐 2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또는 중도에 장애를 입어 몸이 불편한 젊은이들이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또 다른 이규혁, 이슬비 선수가 있고, 또 다른 모습의 김연아, 이상화, 심석희 선수가 있다.
단언컨대, 우리 선수들이 펼치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 속에서 또 다른 소치 영웅들이 탄생할 것이고, 온 국민은 가슴 벅찬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더욱이 전 세계에서 모인 7백여 명의 선수들은 국적을 떠나 아름다운 도전에 나설 것이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에게 ‘씩씩하게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패럴림픽의 흥미가 떨어지는 이유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화려함이 없기 때문이다. 패럴림픽 선수들은 당연히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사람들이다. 장애를 이겨내기 위한 재활과정에서 선수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패럴림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장애인의 생활스포츠가 더 확장되도록 배려하는 것은 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생활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야 한다.
나는 20년간 장애인을 위한 잡지 ‘열린지평’을 만들며 1천 명의 장애인을 만났다. 이들은 장애에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자기 분야에서 빛나는 꽃을 피워 올렸다. 그간 장애인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해준 것보다는 받은 게 더 많다. 나는 이분들에게서 행복을 배웠다. 내가 행복한 게 아니라, 나는 누구의 행복을 위해 그 무엇이 된 적이 있었던가를 배웠다.
소치 패럴림픽의 감동은 다시 한 번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리라 믿는다. 팔다리가 없는 젊은 선수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행복을 줄 것이다. 우리도 이들의 행복을 위해 박수를 보내주면 어떻겠는가.

신흥래/장애인과 함께하는 잡지 <열린지평>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