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얼굴)이 올해 첫 해외출장지로 택한 유럽지역 내 사업장을 둘러보고 온 후 한해 사업계획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외형확대보다는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의 성과가 전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돼 연초부터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7일 귀국한 정몽구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슬로바키아와 체코, 러시아에 있는 공장하고 독일 기술연구소 등을 두루 둘러보고 왔다"면서 "올 한해 전 세계 판매계획으로 잡은 785만대는 충분히 이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4일 출국해 현지 사업장을 차례로 둘러보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당일 도착한 슬로바키아에서는 기아차 공장을 들른데 이어 이튿날인 5일(현지시간) 바로 현대차 체코공장과 독일에 있는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이어 러시아로 넘어가 6일에는 쌍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공장을 둘러보고 현지 시장상황을 점검했다.

젊은 사람도 소화하기 힘든 2박4일간의 출장일정으로 잠도 기내에서 해결할 정도였지만 이날 만난 정 회장은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유럽 내 각 사업장의) 임직원들이 아주 열심히 잘 해주고 있어 목표달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 회장이 지난해 마지막 해외출장지로 유럽을 다녀온 후 새해 들어서도 첫 출장지로 유럽을 택한 건 그만큼 올해 중요한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유럽 내 신차판매 시장이 올해를 기점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전 세계 완성차업체는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유럽 내 거점 생산공장을 잇따라 둘러본 정 회장은 시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생산체계를 갖출 것을 지시하는 한편 협력업체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부품수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체코나 슬로바키아, 러시아 현지공장은 지난해 일제히 가동률 100%를 넘긴 곳이다.

현대기아차로서도 그간의 양적성장보다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유럽 내 위상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나 쏘나타를 개발할 때 주행감성이나 디자인, 안전성 같은 요소에 더욱 공을 들인 것도 까다로운 유럽지역 소비자까지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출장중 들른 독일 현대기아차 유럽기술연구소에서 "파워트레인이나 주행성능만큼은 유럽 명차를 뛰어넘는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유럽 현지 기술 전문가들이 모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과 여건을 만드는 데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독였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