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중국 통신기기 업체인 화웨이가 LG유플러스 근처로 둥지를 옮기며 조직을 대폭 강화한다. 올해 매출은 2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100%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당장은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데 주력하지만 스마트폰 출시도 노릴 것으로 관측되면서 '화웨이발 차이나 파워'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코리아는 다음 달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근처에 새 둥지를 튼다. 기존의 아셈타워 사무실이 좁아져서다. 화웨이코리아는 지난해 유·무선 엔지니어 등을 대거 충원하면서 현재 임직원이 130명으로 늘었다. 10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국내 엔지니어 수를 크게 늘린 이유는 그만큼 국내 기업들과의 거래가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국내 통신3사 수주를 기준으로 1100억원가량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LG유플러스에 2.6㎓ 주파수 대역의 롱텀에볼루션(LTE) 장비를 공급하면서 입지를 넓혔다. 국내 기업과의 거래에는 국내 엔지니어를 투입한다는 원칙에 따라 지난해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엔지니어 수도 늘었다는 게 화웨이 측의 설명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부문에서 에릭슨, 시스코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해 잠정 매출액은 41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보안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공공기관이 중국 정보기술(IT) 장비를 도입할 때 연방수사국(FBI)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왕쥔 화웨이 글로벌 LTE 네트워크 사장은 국내에서 기자회견를 마련해 "화웨이는 해외매출 비중이 70%로, 그만큼 전 세계 사업자들이 화웨이 제품을 믿고 사용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 역시 이상철 부회장이 나서 "보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국내에서 화웨이는 통신장비 업체로 활동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업체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5040만대를 기록하며 삼성·애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삼성·애플 투톱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당장 국내에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4'에서 "한국은 화웨이 스마트폰의 '마지막 시장(last market)'"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2~3년 더 지켜본 뒤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수년 내 마케팅 전략과 인프라를 갖추고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경우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로 제품의 질적 성장을 이룬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LG전자, 팬택 등 2군 동종 업체들의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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