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골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시골에 가면 유독 누구네 집 자녀 또는 손자가 좋은 대학, 좋은 시험에 붙었다는 플래카드가 눈에 띕니다. 마을 어귀에 크게 플래카드를 걸어 놓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집들이 집안에 경사가 나면 소 잡고 마을 전체를 초대하여 대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지요. 주최자는 그 기쁨과 성공이 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격려 덕이었다고 감사드리고 함께한 사람들은 그 기쁨을 자신의 일보다도 더 기뻐하고 축하하며 좋은 음식과 행복한 시간을 나눕니다.
　
이런 정겨운 풍경은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한 경우, 성취의 기쁨과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함께 공부한 사람들끼리 책거리를 한다거나 드라마를 끝낸 후 종방연을 하는 것, 프로젝트를 끝낸 후에 이어지는 쫑파티, 축하파티, 뒤풀이, 한턱 쏘기 등은 그동안의 노고와 수고를 격려하고 다시금 결속을 다지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무언가를 성취하고 나서는 그것을 함께 축하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해왔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문화도 '뒤풀이'라 합니다.
　
그런데 혹시 우리가 중요한 뒤풀이 하나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은 알고 계신가요? 정보통신 최강국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 바로 대한민국을 축하하는 것입니다. 유엔(UN)의 정보통신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정보통신 접근성, 이용도, 활용력 등 국가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정도를 평가하여 매년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155개국 중 1위의 자리를 4년 연속으로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그야말로 ICT 분야의 최우등생입니다. 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우등생을 제대로 축하하는 자리가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입니다.
　
다행히 올해 그 못다 한 뒤풀이를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올해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ICT 올림픽, ITU 전권회의입니다. 2014 ITU 전권회의에서는 전 세계 193개국의 정보통신 장차관을 비롯한 3000여명의 대표단이 모여 3주간 글로벌 ICT 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전 세계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축제가 동시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국내외 참가자 수가 30만명을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글로벌 축제의 장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가 펼쳐질까요?
　
먼저 ICT 전시회가 있습니다. ICT 전시회는 ITU 전권회의에 참여하는 193개국 장관과 주요 국제기구 수장들에게 우리나라의 신제품, 기술, 중소ㆍ벤처기업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기회이자, 정보통신 분야의 새로운 흐름과 신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장입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정부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이자, 가장 큰 구매자입니다. 이번 ICT 전시회는 이러한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우리나라의 우수하고 경쟁력 있는 기술을 선보임으로써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ㆍ중견 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석학들의 열정적인 강연이 펼쳐지는 글로벌 ICT 콘퍼런스가 열릴 예정입니다. ICT 분야의 다양한 학술대회도 동시 개최될 예정이니, 오는 10월 부산은 그야말로 미래 ICT 정책과 학술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석학들과 ICT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이기에 벌써부터 학계의 관심이 지대합니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창조경제 모델의 성과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전파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ㆍ관광 행사가 있습니다. 전권회의가 3주간 진행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의 문화ㆍ관광자원을 한껏 체험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입니다. 전통문화와 한류를 ICT에 접목한 패키지 행사도 있습니다. 아울러 회의 전후로 부산 국제영화제와 세계 불꽃축제가 연계 개최되는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국민 여러분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세계 정보통신 최강국을 만들어낸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리 국민 모두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발전된 기술을 만들어왔기 때문이지요. ITU 전권회의가 그동안 우리가 일구어 온 것들을 함께 축하하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자 여러분 이제 함께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민 원 기 ITU 전권회의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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