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의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이 벌이고 있는 정치적 역사적 분쟁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미국이 아시아 라이벌(한·일)의 각축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최근 미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양국간 치열한 경쟁을 상세히 보도했다.

NYT는 최근 양측의 경쟁은 지난 2010년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면서 촉발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되고 뉴욕주에서도 같은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동해 병기 법안과 관련해 한일 양국의 미국 주재 대사는 버지니아 주지사를 공식적으로 만나 입장을 전달했고, 일본은 로비스트까지 고용하는 등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한편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공조가 필요한 미국 정부는 그동안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지만 결국 한일 양국 사이의 분쟁의 한 복판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로선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의 첫 대면을 주선, 양측간 긴장을 다소 누그러뜨리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이같은 갈등은 근본적으로 일제의 야만적 한반도 식민지배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동안 양자 문제로 국한됐던 한일간의 문제가 이처럼 국제 사회의 이슈로 비화하고 있는 데는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점차 변하고 있는 상황도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강해진 한국이 100년간 주도권을 쥐고 있던 일본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신문은 한국이 최근 일본군 위안부 이슈를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탈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다소 유리한 입장에 서게됐다고 전했다.

한국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조 장관은 “위안부 문제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달리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를 계속 알려서 (최근)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잘못된 태도를 바꾸도록 압박해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도 친미파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미국 대학과 연구소 등으로 보내 한국이 과거 합의를 어기려고 하고 있고 향후 중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교토대학의 나카니시 히로시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일본이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홍보전의 핵심적인 전장"이라며 "한국과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 축소를 시도하고 있고 이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양국의 이런 행보는 미국 정부를 압박해 상대국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소개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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