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너무 당혹스럽고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어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지경이었고 다른 수사팀원들도 저와 같은 심정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지휘하는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장은 24일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권모 과장의 자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윤갑근 수사팀장은 기자들 앞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자세한 경위를 떠나 저를 비롯한 수사팀원들은 그동안 수사과정을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점검하고 향후 치밀하고 적절한 수사대책을 세워 조속히 실체적 진실을 밝혀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종결하도록 노력 하겠다.”

윤 수사팀장은 권 과장이 자살을 시도한 배경이나 향후 수사 계획 등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의 불씨를 남기지 않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수사팀장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고 당사자 권리를 보장하고자 최대한 노력했고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 추가로 말하면 수사팀은 대공수사요원들이 위험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연의 노력을 다하고자 노력한 헌신과 희생을 높이 존중하며 과소평가하거나 훼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쪽에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 셈이다. 검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손을 놓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검찰은 국정원 대공파트너였던 서울중앙지검 공안부 검사에 대한 수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큰 틀에서 검사들 역시 수사의 대상에 포함되며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함께 발표할 것이란 얘기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자살 시도 사건을 접하며 일단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검찰 수사의 흐름이나 내용을 볼 때 ‘증거조작’의 몸통에 다가섰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검찰이 숨겨진 칼날을 꺼내 몸통으로 향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검찰은 일단 숨 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할 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윤 수사팀장은 “외줄타기 심정으로 왔다. 불미스러운 일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실무를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힘들게 지쳐 있는 검사들이 실망하거나 좌절해서 수사에 지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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