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CEO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간) 대기업 임원들의 임금 조사업체인 에퀼러(Equilar)가 뉴욕타임스(NYT)의 의뢰로 작성한 '2013 100대 CEO의 보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엘리슨은 지난해 스톡옵션을 포함해 총 7840만달러(약 812억원)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로버트 아이거 월트 디즈니 CEO로 3430만달러를 받았고, 3위에는 2610만달러를 챙긴 로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올랐다.

엘리슨이 최근 8년간 받은 보수는 총 5억8천200만달러로 팀 쿡 애플 CEO가 같은기간 받은 액수보다 8천300만달러가 많다.

뉴욕타임스는 성과연동제로 운용되는 임원의 보수체계가 고위 임원과 일반 직원의 소득 불균형을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성과연동제가 이론적으로는 연봉을 억제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보수를 치솟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100대 기업이 지난해 CEO에게 지급한 보수의 중간값은 139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9%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CEO가 집으로 가져간 돈의 총액(15억달러)도 1년 전보다 많았다.

지난 4일까지 위임장권유신고서를 제출한 100대 기업 가운데 CEO의 보수를 삭감한 기업은 코카콜라 등 26개사에 그쳤다.

그러나 보수 삭감도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CEO의 지난해 현금 보너스는 '특정 성과' 달성에 실패해 200만달러로 제한됐다. 하지만 수백만달러의 스톡옵션 덕분에 그는 지난해 총 182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특히 데머슨 일렉트릭의 데이비드 파 CEO는 지난해 연봉이 총 2530만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264% 늘었다. 시스코 시스템즈의 존 챔버스 CEO가 받은 돈도 2100만달러로 전년보다 80%가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시스코의 주가가 63%나 오른 것이 그의 보수를 늘리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성과연동제가 이름은 그럴싸하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일반 주주가 아닌 이사회의 자의적인 잣대로 성과 여부가 판단되는 맹점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연봉이 많았던 100대 CEO 가운데 여성은 9명이었다. 여성 중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사람은 피비 노바코비치 제너럴 다이내믹스 부사장으로 1천880만달러를 받아 전체에서 21위를 차지했다.

연봉이 가장 적은 CEO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린 버핏 회장과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로 이들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액수'인 단돈 1달러만 받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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