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내 수소연료전지차(FCEV) 전용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투싼 FCEV에 연료전지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자동차가 미국ㆍ유럽에 이어 국내에도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를 판매키로 했다. 도요타ㆍ제너럴모터스(GM)ㆍ벤츠 등 전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가 전기차를 이을 차세대 친환경차로 FCEV를 꼽고 있는 가운데 첫 양산 메이커라는 경쟁우위 요소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17일 현대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투싼 FCEV 미디어발표회를 열고 친환경차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오는 6월 수소에너지대회가 열리는 광주광역시에 팔 15대를 포함해 올해 중 40대를 국내 지자체에 판매키로 했다.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대로 아직 가격이 비싸 당장 일반고객을 상대로 한 판매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0년께면 가격을 낮춰 대중화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 봤다. 장기적으로 오는 2025년까지 국내에 FCEV를 1만대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보다도 더 열악한 인프라구축을 위해서 정부가 진행하는 충전소 보급사업에 협력하는 한편 올해 중 전국 주요 도시에 있는 현대차 직영서비스센터에 FCEV 전담작업장을 마련키로 했다. 오는 2025년까지 전국 서비스센터 23곳과 지정정비공장 1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미국ㆍ유럽 등 선진시장에 이어 상대적으로 인프라구축이 덜 된 국내에서도 판매에 나선 건 '수소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한 단계 앞서 개발에 성공했던 만큼 시장에서도 먼저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FCEV는 물 외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은 데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도 배터리만 단 순수전기차에 비해 항속거리가 3~4배 이상 길다.

현대차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가장 최근 공개된 기아차 전기차 쏘울의 1회 충전거리가 148㎞인 데 비해 이번에 판매키로 한 투싼 FCEV는 415㎞다. 전기차의 경우 급속충전도 20분 이상 걸리지만 FCEV는 지금의 내연기관차와 같이 수소를 바로 충전하면 된다. 투싼 FCEV는 최고속도 시속 160㎞,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12.5초로 내연기관차에 버금간다. 차량의 각종 충돌시험도 통과하며 안전성부문에서도 인증을 받았다.

한번 충전해 얼마나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얼마만큼의 압력으로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지인데 현대차는 700기압 압축 수소탱크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 아직 개발초창기인 만큼 비싼 가격과 충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역사가 짧은 축에 속하지만 FCEV 분야에서는 일찌감치 눈을 떴다. 1998년 FCEV 개발에 착수해 친환경차 개발에 관심이 많은 미국에서 국책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도요타와 GM, 벤츠 등 일부 완성차메이커가 내년께 양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들보다 2년여 앞서 양산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2월 양산 이후 유럽 일부 지자체에 팔았으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일반 고객판매도 시작했다. 최근 유럽연합 산하 정부과제운영기관이 공모한 입찰에서도 현대차는 도요타ㆍ혼다ㆍ다임러ㆍBMW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선정됐는데, 전체 공급할 FCEV 110대 가운데 75대를 현대차가 따내기도 했다.

현대차는 FCEV 개발과정에서 국내 부품업체 200여곳과 협력해 95% 이상 부품을 국산화해 중소업체의 기술력을 높이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이면 지역별 연비규제에 따라 북미와 유럽의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미래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환경차 개발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 향후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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