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TV도 인터넷도 보기가 겁난다. 언급하는 것조차 미안하고 아픈 마음이다." "밥 먹는 것조차 미안합니다. 꼭 살아서 돌아와주세요."

여객선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어린 학생들의 생존을 기원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샌 이들이 있는가 하면, 행여나 구조 소식이 전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아침이 되자마자 뉴스 속보부터 챙겨 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참담한 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생과 사를 오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다른 사람을 구하느라 희생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직장인 서영주(33) 씨는 "자고 일어나면 뭔가 상황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실종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뉴스를 보고 절망했다"며 "배 안에 있을 아이들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학생 1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같은 부모된 입장으로 억장이 무너진다"며 "지난해 천안 해병대캠프 참사가 일어난 지 1년도 안돼서 또 다른 대형참사가 일어났다. 도무지 무서워서 아이들을 학교에 믿고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생이라는 점에 시민들의 걱정과 충격이 커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실시간으로 사고소식을 전하면서, 사망자들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어른들은 눈뜨고 발만 구른다", "이게 다 꿈이고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최후의 1인까지 최선을 다해서 구조 작업을 해야 한다", "수학여행 가는 즐거운 길이 지옥의 길로 변했다. 아직 꽃도 피지 못한 우리 아이들인데..." 등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트위터에서는 'Pray for South Korea(한국을 위해 기도를)'라는 검색어를 통해 해외 네티즌들까지 애도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희생자 중 일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다른 사람들을 구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선내 방송을 담당하고 있던 청해진해운 승무원 박지영(22) 씨는 사고 당시에도 대피 방송을 하며 승객들의 구조를 돕다가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학생들은 "3층 로비에서 언니(박지영 씨)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전해주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봤다", "언니는 안 입느냐고 물어보니 '선원들은 제일 마지막이다. 친구들 다 구해주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씨를 제외한 선장과 항해사, 기관장 등은 사고 발생 당시 승객보다 먼저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안산 단원고 2학년 정차웅(17) 군 역시 위기의 순간에서 반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 건내줬다. 또 다른 친구를 구하러 가다 자신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16일 오후 정차웅 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에서 그를 기다리던 친구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진도 해역 인근에서 조업중이던 어부들의 헌신적인 구조작업도 그나마 더 많은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 수협 어업정보통신국이 사고 직후 비상주파수를 통해 목포해양경찰서에 신고된 세월호 침몰상황을 청취하고, 즉시 목포어업정보통신국을 통해 구조 참여를 요청하자 어선들이 사고 해역으로 달려왔다. 사고 지역에서 다소 떨어져 조업중이던 '한성호' 등 어선 20여척은 즉시 조업을 중단하고 사고 해역을 향해 뱃머리를 돌려 구조 작업에 나섰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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