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30분께 해경이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 접근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진도(전남)=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당시 초기 구조 작업을 부실하게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 이 같은 부실 대응을 감추기 위해 관련 동영상을 사고 발생 후 13일이 지난 후에야 공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동영상은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전 9시28분부터 11시18분까지 약 1시간50분간 벌어진 구조 상황 중 9분45초의 분량이다. 구조에 참여한 해경 소속 123정이 사고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9시30분께. 세월호가 45도 가량 기운 상태였지만 아직까지 3~5층은 침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해경 측은 당시 대응에 대해 "승객들에게 퇴선 하도록 수차례 방송했고 배에서 뛰어내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동영상에서는 해경이 9시35분께부터 배를 탈출하는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과 일부 승객들을 구조하는 장면이 있을 뿐, 퇴선방송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승무원들을 상대로 선내 상황에 대해 파악하려는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선내에 아직 많은 승객이 남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선내로 진입해 퇴선 신호를 내리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해경은 "배가 너무 많이 기울어져 배에 오를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에서는 9시47분께에도 한 해경대원이 세월호 갑판에서 구명정을 풀려고 하는 모습이 촬영돼 있어 수긍할 수 없는 해명이다. 실제로 동영상에서 123정에는 여러 대원들이 가만히 선 채 적극적인 구조작업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원들이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것 못잖게 해경 구조대원들도 사고 초기 '골든 타임' 때의 부실 대응으로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과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해경 측의 동영상 '뒷북' 공개도 이 같은 부실 대응 때문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당초 해경은 구조상황을 촬영한 동영상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돌연 사고 발생 13일 만인 28일 오전에 동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이틀 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압수수색에 이어 이날 오전 검ㆍ경 합동수사본부가 목포 해경 상황실을 압수수색한 것과 겹치는 시점이다.

해경은 "사고 수습을 하다 보니 함정(123정)이 입항하지 못해 공개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고 초기 상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풀어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자료를 10일 넘게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선 민간 잠수사인 목포시 특전예비군중대 중대장 윤모(58ㆍ예비역 대위)씨가 사고 직후 구조작업에 나서려고 했지만 해경이 출동을 지연시켰으며 민간 잠수부들의 구조작업을 부당하게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씨는 "16일 오후 12시30분께 해병대ㆍ특전사 잠수부 10명과 함께 팽목항에서 경비정을 타고 구조 작업을 위해 출항하던 중, 고위직 인사가 오니 격려를 받고 가라며 출동을 5~10분간 지연시키는 바람에 작업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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