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후천적 비만의 원인을 밝혀냈다.

1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의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팀과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의 이봉희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뇌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인 '섬모'의 길이가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식욕을 조절하는 뇌 시상하부의 섬모 길이가 비만 쥐에서 모두 짧아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섬모는 우리의 몸이 배부르거나 배고프다는 포만, 기아 등의 신호를 뇌로 보내면 이를 수신하는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다. 섬모가 짧아지면 에너지 과잉상태를 감지하지 못해 비만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비만 쥐의 평균 섬모 길이는 3.3㎛로, 정상 쥐의 5.5㎛보다 40%나 짧았다. 특히 정상 쥐는 3㎛ 미만의 짧은 섬모 비율이 전체 섬모 중 13%에 불과했지만 비만 쥐는 50%이상이었다.

연구팀은 또 정상 쥐의 섬모를 짧게 만들면 섬모가 몸에서 보내는 포만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에너지 소비를 적게 해 체중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섬모 길이를 조절하여,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가 우리 몸의 신진대사 신호를 감지한다는 사실도 추가로 증명했다.

김민선 교수는 "비만이 몸에서 에너지 과잉 상태를 감지하는 못하는 섬모 장애와 연관돼 있다는 점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치료제, 식욕억제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기초임상의학 학술지 '임상연구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최신호에 실렸고, 네이처 리뷰 내분비학과(Nature Reviews Endocrinology)'에도 소개됐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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