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중국 식품위생당국이 제품정보 사전등록 등을 위무화한 새로운 위생기준을 도입하면서 국내 유업체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높아진 진입장벽으로 '수출중단' 조치를 받는 유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분유를 수출하는 국내 분유업체 5곳 가운데 2곳이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보류판정을 받은 곳은 일동후디스와 LG생활건강으로, 제품 생산 기준이 중국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보류판정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관련 서류 미비에 따른 것"이라며 "서류를 다시 갖춰 재심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액상 분유인 '베비언스'를 수출하려던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 기준이 가루 분유 위주로 돼 있어 생산방식이 다르다보니 액산 분유에 대한 판단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매일유업, 남양유업, 롯데푸드(파스퇴르) 등 분유 3사는 수출업체로 등록됐다.

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린 건 분유뿐만이 아니다. 흰우유 수출 유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중국에 흰우유를 수출하는 국내 유업체는 48곳이다. 이 가운데 6곳이 보류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48개 유업체가 수출업체 등록을 신청했으나 6개 업체가 보류판정을 받았다"며 "6개 업체 중 4개 업체는 흰우유(살균유)의 유통기한 문제로, 2개 업체는 조제분유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때문에 등록이 보류된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중국 당국이 국내 유업체가 제출한 유통기한(10일 내외)이 생산·수송·통관·소비까지의 기간을 고려할 때 너무 짧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실무협의회에서 등록이 보류된 업체에 대해서도 지적사항을 보완할 경우 수시로 등록시키기로 한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유업체 관계자는 "흰우유의 유통기한은 수출용이나 내수용이나 큰 차이가 없는데, 이러한 이유로 수출을 금지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살균방식의 차이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만약 유업체의 이 같은 추정이 사실로 굳어진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 기준에 맞춰 새롭게 시설투자를 해야 하나 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8월 뉴질랜드산 분유의 '박테리아 오염'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비자 사이에 외국산 분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산 분유에 대한 또 하나의 견제장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2008년 희대의 '멜라민 분유' 파동을 계기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분유에 대한 불신감이 급격히 커지면서 외국산 분유를 찾는 소비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홍콩으로 건너가 분유를 사재기하는 중국인까지 급증하면서 홍콩 당국은 중국인의 분유 구매를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수가 2000만 명으로 그 중 70%가 유아기 때 분유에 의존하는데다 산아제한 완화에 대한 기대 효과로 분유시장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은 편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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