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우리나라 추기경으로서는 최초로 북한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돌아온 염수정 추기경은 21일 "오늘 남과 북이 화합하는 개성공단을 방문해 아픔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오후 5시께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귀경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짧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낀 시 간이었다"면서 "서울에서 개성공단까지 60㎞ 남짓한 거리를 얼마나 멀게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이같이 방문 소감을 밝혔다.

염 추기경 일행은 앞서 이날 오전 9시께 방북했다.

염 추기경이 짧게 방문 소감을 밝힌 다음 방북을 동행한 허영엽 서울교구 홍보부장 신부가 염 추기경의 개성공단 방문목적 등을 설명했다.

허 신부는 염 추기경의 방북은 개성공단 내 신자들의 방문 요청에 따른 것으로 상호협의에 따라 비공개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허 신부는 특히 "염 추기경께서는 지난해 남북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개성공단 폐쇄되는 상황을 보면서 한반도 평화를 많이 걱정했다"면서 "신자공동체인 로사리오 회원들이 8월 추기경을 찾아뵙고 개성공단 정상화 기도를 청했으며,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이 정상화하면 방문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성탄 개성공단 신자들을 방문해 함께 성탄을 보내기로 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무산됐으며 이번에 통일부와 북측의 협조로 방문이 성사됐다고 그는 말했다.

허 신부는 "염 추기경은 개성공단 신자 공동체와 어려운 상황에서 애쓰고 있는 개성공단 관계자를 격려했으며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현지에서 남북사이의 화해와 평화 통일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보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북측 국민들이 우리 국민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공장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이 실현되는 것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평화통일은 개성공단 활성화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개성공단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때 남북 관계 개선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허 신부는 "개성공단 방문으로 확인할 점은 남북화해와 협력이 조그만 부분에서 시작해서 진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산가족의 아픔도 남북한이 큰 결단을 통해 해결하면 우리 민족 공동체 회복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기업인이 많은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면서 "남북 당국이 다시 만나 현안을 협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끝으로 이날 방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과 무관하며 북측 인사와 접촉 없었다고 밝혔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