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중국과 러시아가 10년 넘게 끌어온 대규모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약서와 양해각서(MOU)가 서명됐다고 보도했다.

공급 계약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 간에 체결됐다.

이번 계약에 따라 러시아는 ‘동부 노선’ 가스관을 건설해 2018년부터 30년 동안 중국에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이는 가즈프롬 수출량의 16%, 중국 소비량의 23%에 해당하는 규모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사장은 "30년 계약의 전체 규모가 4000억 달러(약 41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밀레르 사장은 "이는 가스프롬이 체결한 최대 규모의 계약"이라며 "이런 계약은 어떤 기업과도 체결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밀레르는 "상업 비밀"이라며 가스 가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발표된 가스 공급량과 전체 계약 규모를 비추어 볼 때 1000㎥당 350 달러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평균 가스 공급가인 1000㎥당 380 달러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밀레르 사장은 "380억 ㎥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중국 측과 동부 노선에 대한 계약 이후 서부 노선에 대한 협상도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부 노선 가스관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의 코빅타 가스전과 극동 사하공화국 차얀다 가스전을 연결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지선으로 건설된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에 연결된 코빅타 가스전과 차얀다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한다.

서부 노선은 서부 시베리아의 알타이 지역으로부터 중국 서부 지역을 잇는 가스관을 가리킨다.

이번 계약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 측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외교적ㆍ경제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도 혜택이 예상된다.

양국 정부는 2004년부터 10년간 가스프롬의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을 둘러싼 견해 차이가 컸다.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미얀마에서 수입하는 천연가스 가격보다 러시아산 가스의 시세가 높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 이후 러시아는 수출선다변화에 나섰고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중국 역시 천연가스 수입선을 다각화하는 데 관심이 높은 참이었다. 중국은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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