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나주석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잇달아 공개되자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에서도 즉각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총리 후보자가 지명된지 이틀 밖에 안됐음에도 집권여당에서조차 '물러나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런 총리 후보를 선택한 청와대 인사검증자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리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추진력과 도덕성, 야당과 소통 능력을 갖춘 분을 총리로 뽑아달라는 게 국민의 요구였는데, 이번 인사를 보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기존 인사시스템을 답습한 결과로 본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성태 의원도 "일본의 아베 신초 총리가 했다고 해도 비판해야 하는 판에, 우리나라의 총리 후보, 그것도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인 출신인 서울대 교수가 이런 역사인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은 "일단 여론 추이를 살펴야겠지만 상황에 따라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는 옹호론을 펴고 있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여론이 확대되는 것에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이날 당 비상대책위회의에서 정문헌 비상대책위원이 "문 총리 후보자의 발언은 한국 사람의 말이 맞는지 의문이고 역사인식에 대한 솔직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자, 이완구 비대위원장은 "비공개로 전환한 후에 발언해달라"며 황급히 발언을 차단하기도 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언론인도 자유롭게 말하는게 민주주의 아니냐"면서 "과거 말 몇마디로 총리 후보자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문 후보자를 옹호했다.

야당의 사퇴 압박은 거세졌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에서 "극단적으로 편향적인 언론인을 총리 내정자로 지명했다"면서 "이런 사람을 총리로 임명하면 우리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실장께서는 답을 줘야 한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발언은 건국정신과 헌법을 부정하는 극언"이라며 "건국 이래 최대 인사 참사"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발언은) 일본 극우 역사 교과서보다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내용"이라며 "우리 민족성을 비하하고 자주성을 왜곡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국격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문 총리 후보자 발언과 관련해 "일본 제국주의자보다도 노골적인 망언"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당장 총리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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