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강수진.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제가 '나비부인'을 발레로 만든 이유는 강수진 때문입니다. 만약 출연 제의에 수진이 '노(No)'라고 말했다면 저는 이 작품을 만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앞둔 발레 '나비부인'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발레단 예술감독인 안무가 엔리케 가사 발가(38·사진)가 오직 발레리나 강수진 만을 염두하고 만든 '강수진을 위한' 작품이다.

발가는 이번 작품 속 주인공에 대해 "오페라에서 나비부인은 무척 순진한 캐릭터지만 이 작품에서 나비부인은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을 믿고, 전통과 단절하는 좀 더 강한 여성"이라며 "나비부인이 사랑을 계속하기로 하고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강수진은 나비부인 '초초'를 연기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에서 초연 당시 예정됐던 10번의 공연은 전회 매진됐다. 추가 편성된 4번의 무대까지 모두 강수진이 소화했다.

발가는 왜 강수진을 고집할까. "나비들은 꽃 위에 서 있을 때도 꽃을 건드리지 않고, 무게가 없는 것처럼 보이죠. 누구도 쳐다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강수진이 이 역할을 맡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녀는 꼭 이런 나비 같으니까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예술가라고 할 수 있죠."

강수진에게서 나비부인을 처음 발견한 것은 그가 아니었다. 발가가 독일 만하임 극장 무용수로 있던 11년 전 스페인 갈라 공연에서 그와 같은 무대에 오른 강수진을 본 그의 어머니는 "언젠가 네가 안무가가 된다면 '나비부인'의 이야기를 발레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강수진이 꼭 너의 '나비부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예술감독이 된 발가는 강수진과의 작업을 꿈꿨다. 하지만 강수진의 '나비부인'을 보기까지는 수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2009년 예술감독이 된 발가는 강수진과 함께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기대했지만 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고 강수진도 너무 바빠 함께 작업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나비부인의 원작은 이탈리아 출신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다.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열다섯 살의 게이샤 초초상과 미국 해군장교 핑커톤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다. 핑커톤에게 버림받은 초초상은 결국 자결한다.

강수진과 인스부르크 발레단의 나비부인은 다음달 4~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첫 공연을 한다. 강수진의 독무와 2인무에서 사용하는 오페라 아리아 '어떤 개인 날'과 '허밍 코러스' 등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스페인 출신으로 쿠바국립발레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발가는 인스브루크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되기 전부터 독일 만하임 극장에서 안무를 맡았다. 그의 작품 '프리다 칼로'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뮤지컬씨어터 시상식에서 최고의 발레로 선정됐다. 지금은 '지킬 앤드 하이드'를 준비 중이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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