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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증권사들의 소극적인 영업행태를 탓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 장기침체로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는데 생산적으로 정면돌파할 생각을 하지 않고 비용 줄이기에 급급한 '보신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투자은행(IB)을 육성하기 위해 5대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3조원으로 늘렸지만 글로벌 금융회사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행보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히려 장사를 해서 남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자산 규모 10대 증권사 가운데 7곳의 현금 유보율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무려 1547.5%에 달했다.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이 여타 증권사에 비해 많기 때문이지만 전통적으로 배당과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치다. 미래에셋증권도 유보율이 21.7%포인트 오른 945.2%로 1000%에 육박했고, 하나대투증권과 삼성증권도 유보율이 각각 782.0%, 723.9%에 달했다.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제조업체도 아니고 자본승수 효과로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금융투자회사로서는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라는 쓴 소리를 들어 마땅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를 탓하기에 앞서 업계에 내재하고 있는 '심술궂은 이중성'도 곱씹어봐야 한다.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 사장단을 꾸려 멕시코와 콜롬비아를 찾아 양국 자본시장 현황을 공유하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바 있다. 증권사의 해외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선진국 글로벌 메이커와 정면승부가 어려운 만큼 이머징마켓 공략을 위해 나선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번 출장은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

실제로 한국의 증권거래 시스템에 인상을 받은 현지 증권사 경영자들이 내년 실무진과 함께 한국을 찾기로 해 윈 윈을 본격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번 출장을 앞두고 증권가에 마타도어 비방이 난무했다. '세월호 상처가 여물지 않았는데 해외 나들이가 왠말이냐', '증권사가 해외 진출 기회를 찾기 위한 장소로 적당하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가 주류였다. 심지어는 '협회에서 모종의 회원사 관리에 들어갔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돌았다.

일부 증권사 사장은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나머지 출장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번 달 같은 목적으로 잡힌 자산운용사 사장단 러시아 출장을 놓고 몇몇 CEO도 취소 여부를 놓고 고민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이나 금융지주 계열의 월급쟁이 사장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모 증권사 임원은 "사장이 중남미 출장을 다녀온 이후 현지 유가증권 관련 영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 상당히 만족해 했다"며 "국제 틈새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투자업계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아주 좋은 기회인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폄하하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닌듯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이 해외 유수 금융회사와 정면승부를 꺼리고 있다고 일갈하면서 다른 한켠으로 글로벌 현장 행보 자체를 따져 묻는 표리부동한 마인드가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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