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은 자기를 사랑한 나르시소스의 정신상태를 말한다. 자기와의 합일을 실천하려 물 속으로 뛰어든 그는, 자기의 소멸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신화의 효용은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유연한 틀이라는 점이다. 현대의 나르시시즘은, 자기와의 합일을 실천하려 다른 사람에게로 뛰어드는 병리현상이다.

'미저리'에 나오는 스토커 간호사는, 소설과 자아를 동일시하다가 소설가 속에 자기를 집어넣어 소설을 움직이려는 욕망을 지닌다. 그러나 소설은 바뀌지 않고 자아소멸을 초래하는 머저리가 되고 만다.

나르시시즘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의존적 자아인식' 혹은 '의타적 존재감'이다. 독창에 대한 질투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데 기여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르시스트의 결정적인 한계는, 결코 '또하나의 원본'이 되지 못하는 거울 안에 갇힐 수 밖에 없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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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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