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지역·주택별로 차등 적용하던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단일화한다는 금융당국의 발표 내용과는 달리 은행들이 실제로는 LTV를 50~70%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LTV 관련 내규를 개정,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전산에 반영했다. 은행들은 시ㆍ도별 또는 시ㆍ군ㆍ구별로 최근 3~5년 평균 경락가율(주택 경매 때 낙찰가의 비율)에 자체 여신 정책을 반영해 내부 LTV를 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 지역의 모든 아파트는 LTV가 70%로 맞춰졌다. 그러나 일부 수도권과 대다수 지방 아파트는 LTV가 70%에 못 미치고 있다.

인천 중구의 경우 같은 아파트에 대해서도 은행마다 적용하는 내부 LTV가 60~70%로 차이가 컸다. 신한은행이 60%로 가장 낮고 우리은행이 65%, 국민은행이 67%, 농협ㆍ하나ㆍ외환ㆍ기업은행이 각각 70%다.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도 다른 은행들은 LTV를 70%로 적용하지만, 하나은행은 이보다 낮은 65%다. 인천 옹진군의 아파트도 일부 은행은 LTV를 60~65%만 허용한다.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가 아니라면 아파트 LTV를 70%로 적용받지 못하는 곳이 많다.

강원도 태백시의 아파트 LTV는 50%로 적용했다. 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 충남 부여ㆍ청양, 전북 고창ㆍ순창, 전남 담양ㆍ곡성, 경북 영덕ㆍ청도ㆍ고령ㆍ예천, 경남 남해ㆍ산청ㆍ합천 등도 아파트 LTV가 60% 안팎이다. 서울이라도 도봉ㆍ양천ㆍ강동ㆍ용산ㆍ은평ㆍ관악구 등의 단독주택은 은행에 따라 LTV가 60~65%만 적용된다.

금감원은 은행에 보낸 '주택담보대출 규제 개선 관련 세부 시행방안' 공문에서 "지역ㆍ담보ㆍ만기 등에 따라 50~70%로 달리 적용하는 LTV를 70%로 단일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은 실제 대출 실행에 적용하는 LTV를 여전히 50~70%로 차등화했다. 기업은행만 지역ㆍ담보ㆍ만기에 차등을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LTV를 70%로 적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LTV를 70%로 단일화한다는 것은 규제 한도를 단일화한다는 의미였지 모든 은행이 모든 대출에 LTV로 70%를 적용해 대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LTV를 70%로 일률 상향 조정'한다고 이해한 대출자들은 은행 대출 상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H아파트의 담보대출을 신한은행에서 대환하려 한 고모(48)씨는 "정부 말대로 LTV가 70%로 적용되는 줄 알고 갔다가 60%만 대출해준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지역별ㆍ담보별 LTV에 차등을 두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정부 발표를 '70% 일률 적용'으로 오해해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전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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