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백혈병 등 직업병 논란과 관련한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협상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올림이 요구해 온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 주장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고, 반올림 측 협상단 가족 중 일부는 삼성전자의 협상단 우선 보상 제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백혈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 다만 그동안 공통된 목소리를 내 온 반올림 측 협상단 내부에서 가족들의 의견 차이가 나타나면서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3일 오후 2~8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백혈병 논란과 관련한 협상을 진행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반올림 측 협상 참여 가족 8명 중 5명(5명 중 1명은 위임장으로 대체)이 자신들에 대한 보상 논의를 우선적으로 진행하자는 의미있고 새로운 제안을 해 왔다"며 "필요할 경우 별도의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자신들에 대한 우선 기준을 만들어 이를 확대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에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을 주장해 온 반올림의 공식 입장과는 상반되는 제안이다. 오히려 그동안 삼성전자가 주장해 온 협상단 대표 우선 보상 제안과 궤를 같이 한다.

백 전무는 "5명의 가족 입장은 삼성의 생각과 맥을 같이 하는 제안"이라면서도 "반올림 협상단 내부의 의견이 나눠져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검토 중이며 향후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한 만큼 다음 논의 때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보상과 관련해 반올림이 요구해 온 주장을 수용했다. 협상단 대표 우선 보상 방침에서 한 발 양보해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 가능 여부를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백 전무는 "반올림이 33명의 산재신청자 명단을 제출했다"며 "사실상 산재신청자 전원으로 회사는 이 명단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 수준의 보상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보상 기준으로 ▲소속회사 ▲질병의 종류 ▲재직기간 ▲재직중 담당업무 ▲퇴직시기 ▲발병시기 등 6가지를 제안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제안은 그동안 반올림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산재신청자 전원 보상 주장을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이라 주목된다.

아울러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구 설립을 제시했다. 백 전무는 "(백혈병 등) 예방과 관련해 전문성, 독립성을 갖춘 기구를 선정하는 방안을 다음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올림 내부에서는 보상 등과 관련해 이견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협상단 대표 8명 중 5명은 삼성전자의 제안을 수용한 반면 남은 3명은 여전히 삼성전자의 제안에 대해 진전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협상에 참여한 반올림 협상단 대표 중 한 명인 황상기(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숨진 고(故) 황유미씨 아버지)씨는 협상 후 "사과나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 삼성전자의 양보나 진전된 방안 제시는 없었다"며 "암에 걸린 사람들과 함께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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