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한반도에서의 화해, 그리고 고통을 받는 이들에 보내는 진심어린 위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다시 한 번 사랑과 화해, 일치를 강조한 것을 끝으로 4박5일간의 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출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주님은 '형제가 죄를 지으면 일곱 번이나 용서해줘야 하냐'고 베드로가 묻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말씀은 화해와 평화에 관한 예수님 메시지의 깊은 핵심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느냐"면서 "바로 이것이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상호 간의 갈등과 반목을 중단하고 진심 어린 대화로써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을 강력히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처 입고 소외된 일들을 향한 교황의 위로는 이날도 이어졌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 초청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의 손을 맞잡았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을 오랫동안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고통에 공감했다.
　
교황은 강론에서도 "의심과 대립과 경쟁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 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각계 각층이 갈등을 씻고 화합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을 권고했다.
　
미사 전에는 재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이웃 종교 지도자 12명과 만나 "삶이란 혼자서 갈수 없는 길"이라며 '종교간 화합'을 권고했다.
　
미사를 마친 교황은 4박5일의 방한을 마치고 오후 1시 대한항공편으로 출국했다.
　
교황은 14일 한국 땅을 밟은 순간부터 갈등에 휩싸여 고통받는 사람은 물론 장애인 및 수도자, 신자 등을 만나 낮은 자세로 위로하고 어루만졌다. 또한 다양한 방식과 격의 없는 대화, 환한 미소로 뛰어난 공감 능력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국민들에게 '비바 ! 파파 !'로 불리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교황은 바쁜 일정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늘 일관된 몸짓으로 힘겨워하는 한국민에게 '평화', '정의', '희망', '화합' '청빈' 등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갈등, 반목을 이겨내고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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