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축구대표팀 이동국[사진=김현민 기자]

"후배들의 성장을 위해 길을 열어 주겠다."

베테랑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연륜과 명성을 뒤로 하고 물러나는 선수들이 오랜 기간 몸담은 소속팀이나 국가대표로서 역할을 마무리하면서 이러한 표현을 미덕(美德)으로 삼았다. 2011년 나란히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영표(37)와 박지성(33)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체력과 기량으로 승부하는 운동선수에게 나이는 제약이다. 오랫동안 경쟁력을 발휘하는 베테랑에 대한 평가에서는 활약상보다 적잖은 나이에 관심이 쏠린다. 고참 선수들의 숙련도와 경험도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쟁력을 잃고, 패기를 앞세운 후배들이 일취월장하면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세대교체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도 이들의 용퇴를 재촉한다.

추석을 전후해 등장한 축구장의 고참 선수들의 선전은 이러한 분위기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이동국(35ㆍ전북)은 지난 5일 베네수엘라와의 친선경기(3-1 승)에 출전해 국가대표로서 100경기를 채웠다. 대기록 달성을 자축하듯 두 골을 넣었다. 차두리(34ㆍ서울)도 2011년 11월 15일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레바논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 두 차례 친선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갔다.

프로야구에서는 이승엽(38ㆍ삼성)이 10일 NC와의 원정경기에서 국내 최고령 30홈런을 쳤고, 남자 사격의 진종오(35ㆍKT)도 9일 열린 스페인 세계선수권 50m 권총에서 34년 묵은 세계기록(581점)을 2점 경신했다.

뛰어난 기량을 앞세운 베테랑의 활약은 각 종목의 경쟁력을 키우는 활력소다. 차두리는 "경기장 안에서의 실력이 고참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한계가 올 때까지 오로지 경기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0ㆍ독일)의 구상도 고참 선수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베테랑의 역할을 연륜과 경험을 통한 구심점 역할에 한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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