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시(詩)가 전자책으로 진화해 독자들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기술의 발전으로 시의 '틀'을 고스란히 전자책 단말기나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PC 화면에 띄우는 게 마침내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기존에는 전자책에 시를 담다보면 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행(行)이 헝클어지고, 이로 인해 각운이 뭉뚱그려지며 마치 산문 같이 변하는 문제가 있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시인 존 애슈버리는 몇 년 전 자신의 시의 전자책 버전이 '종이 버전'과 크게 다른데 당황해, 전자책 게재를 취소했던 경우다.

그런데 그가 지난주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17편을 전자책으로 펴냈다. "(전자책이) 원본의 형태에 매우 충실했다"는 게 그의 바뀐 생각이다.

'뉴 디렉션즈' 출판사도 지난주부터 시의 전자책 출판에 착수해 지금까지 파블로 네루다 등 유명 시인의 작품집을 60권가량 출간했다.

최근 출판사들은 행 바꿈과 운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시의 외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함으로써 시대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변화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07년 전자책으로 나온 시가 고작 200편이었으나 2013년에는 2050편으로 크게 늘어났다.

시집이 출판사들의 이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현실도 시의 전자화를 더 이상 미루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NYT는 출판사들이 시의 전자화에 비용을 들이기를 꺼리지만, 기술의 발전을 계속 도외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