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감독분담금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생보사들은 손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며 부과 기준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손보사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고가 많이 발생한 금융사에 분담금을 늘리는 방안을 중ㆍ장기적으로 고려 중이다.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는 지난달 말 회원사들의 의견을 담은 '감독분담금 개선안(가칭)'을 마련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에 금감원은 몇몇 손보사들을 불러들여 생보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이번 주 내 손보사의 입장을 정리해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의 검사를 받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매년 부담하는 비용으로, 금감원 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분담금 산출 방식은 ▲은행ㆍ비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3개 권역별로 조금씩 다르며 보험사의 경우 부채총액 70%, 영업이익(보험료 수입) 30%를 반영해 산출한다. 생보협회가 금감원에 제출한 개선안은 감독분담금 산정에 필요한 세부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생보사 관계자는 "당국에서 분담금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생보사) 의견을 제출하라고 해서 전달했다"며 "분담금이 생보사 쪽에 너무 쏠려 있어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현 제도하에서는 손보사들에 비해 부채 규모가 구조적으로 많은 생보사가 분담금을 더 많이 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수익 규모는 손보사와 비슷한데 분담금은 생보사가 훨씬 더 많이 내고 있다"며 "손보사들에 비해 책임준비금(부채)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회사가 장래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환급금 등의 재원(부채)을 말한다.

올해 보험사들이 금감원에 낸 분담금 총액은 514억원인데, 이 중 74%인 382억원을 생보사가 부담했다. 손보사는 나머지 132억원(26%)을 지출했다. 생보사가 손보사에 비해 분담금을 3배 가까이 더 낸 셈이다. 이에 생보사는 보험사별 검사 투입인력(인건비) 중심의 감독분담금 부과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만일 부채금액을 기준으로 한 분담금 부과가 불가피할 경우 이 비율을 현행 70%에서 40∼60%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손보사는 생보사의 요구가 지나치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들에 비해 자산 규모가 3배 이상 많은 생보사들이 분담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생보사들이 역마진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분담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담금은 한쪽이 줄면, 다른 한쪽은 늘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이라며 "생보사의 분담금 규모가 줄어들면, 그 만큼의 금액이 고스란히 손보사로 전가되는 데 어느 손보사가 이를 받아들이려 하겠냐"고 말했다. 손보협회는 이번 주 회원사들간 정식 논의를 거친 후 모아진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할 예정이다.

분담금 개정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 또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분담금 부과기준의 일부 개정을 검토 중이지만 생보사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업권별로 (분담금 기준)나뉘어져 있는데, 일시적으로 한 권역에 대해서만 기준을 변경하면 그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 금융사에 분담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등의 방식은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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