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2010년 유럽 재정위기 발생으로 유럽 국가들이 투자금 이탈 몸살을 앓을 때 중국이 과감한 투자를 하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이체방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유럽연합(EU) 투자는 61억유로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인도,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의 EU 투자 규모 보다 적었다. 그러나 2012년 말 중국의 EU 투자는 270억유로를 기록해 네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EU 지역별 투자 현황을 보면 영국(236억달러)이 가장 많은 중국 투자금을 흡수했다. 부동산, 에너지, 금융 등 3개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106억달러), 이탈리아(69억달러), 독일(59억달러)이 중국의 대외 투자처로 주목 받았다. 같은 기간 그리스(55억달러), 포르투갈(54억달러), 스페인(24억달러) 등 재정 위기를 겪은 국가에 대한 투자 규모도 상당했다. 재정 위기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2011년부터 급증한 영향이다. 그리스는 교통, 포르투갈은 에너지와 금융, 스페인은 기술과 부동산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듐그룹의 틸로 하네만 중국 전문가는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한창일 때 중국은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유럽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기존에는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전략이 개발도상국의 천연자원을 확보하는 쪽에 맞춰졌었지만,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싼 값에 투자 할 수 있는 기회를 살려 선진국의 브랜드와 기술을 흡수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상황에서는 투자의 주체도 변화가 있었다. 2008~2013년 중국의 유럽 투자 78%는 중국 통신, 교통, 에너지, 금융 업종에서 몸집을 불린 국유기업이 독식했다. 그런데 재정위기 발발 이후인 2011~2013년 사이 중국 민영기업들의 EU 투자 비중은 전체의 30%를 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2008~2010년 민영기업의 EU 투자 비중은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했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EU 투자가 2012년 '꼭지'를 찍은 후 지난해 주춤해졌지만 2020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연구원은 "중국의 4조달러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유럽의 투자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 편"이라며 "많은 유럽 기업들이 고급 기술을 중국에 넘기기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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