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건강이상설 등 각종 추측을 낳았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1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지팡이를 짚고 현지지도하는 사진이 공개돼 건강이 온전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이 전격 공개활동을 재개한 것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제기되는 건강이상설과 유고설 등 억측을 잠재우고 장기 잠행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북한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 제1위원장이 평양에 완공된 과학자 주택단지인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 날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통상 하루 전 일을 보도하는 북한 관행으로 미뤄 13일인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 음악회 관람 이후 41일 만에 공개활동에 나섰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살림집(주택), 소학교, 초급중학교, 약국, 종합진료소, 위성원, 태양열 온실 등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면서 건설 정형(실태)을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하셨다"고 전해 그가 거동에 큰 불편이 없음을 시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어 이날 김정은이 현지 지도하는 소식과 함께 사진을 1면과 2면에 총 9장 게재했는데 김정은은 허리 높이의 지팡이를 든 모습이었다. 다리 부상이 다 낫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속 김정은은 수척해 보이지 않았고 간부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새로 건설된 내각 산하 국가과학원 자연에네르기(에너지)연구소도 방문해 여러 곳을 둘러봤으며 국가과학원에 세워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 앞에서 과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의 이번 현지지도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태복·최룡해 당 비서,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김정관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동행했으며 장철 국가과학원장과 김운기 국가과학원 당 책임비서가 이들을 안내했다.

정부는 김정은의 건강에 이상이 있더라도 통치에 문제가 없다고 보아온 만큼 그의 공개활동에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는 신변이상이 아니라 다리가 불편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해 왔다"면서 "우선 움직일 정도가 됐고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지나친 관심이 제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당국자는 "이에 따라 앞으로 간간히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도 견해를 같이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 안팎에서 제기되는 건강이상설이나 위기설을 빨리 차단하기 위해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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