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오늘만큼 야당 의원들 주장에 공감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야 강경파로 불리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15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부실한 감사 준비를 지적하며 야당 의원들의 입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김 의원이 야당의 주장을 공감한 것은 보기 드문 진풍경이었다.

실제 이날 여야는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를 둘러싼 문제를 제외하고는 감사원 비판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감사원 국감은 자료 제출 문제가 불거졌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년째 국감을 하고 있는데 이번 감사원 국감처럼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국감 당일로부터) 20일 전에 요청한 자료가 한 건도 안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처음으로 기관을 국정감사하면서 제출 자료 0건으로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위를 파악한 황찬현 감사원장은 "어제 오후 늦게 제출하려고 했으나 제출 거부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정감사 하루 전날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를 한꺼번에 건내려고 했다고 거부당한 것이다. 이 의원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단 한 건 이라도 보내야 될 거 아니냐"며 "한 건도 안 보내고 어제 저녁에 무더기로 다 보내고 보라"는 것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도 "(감사원에) 자료를 요청하면 전혀 비협조적"이라며 "오히려 자료를 뭉개고 밤늦게나 전달하거나, 아직도 제출하지 않은 일들이 매우 많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국감은 급기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산하에 감사원 개혁소위를 구성해 감사원 개혁방안을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검찰과 법원조차 개혁의 풍파를 겪었는데 감사원은 개혁의 무풍지대였다"며 "법사위에서라도 감사원 개혁 특별 소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날 법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국감 11번째 하고 있는데 (감사원이) 검찰이나 법원보다도 가장 권위적"이라며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사위원들을 향해 "오늘 중으로라도 감사원 개혁 위한 TF를 여야 합의로 오늘 회의중에 구성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급기야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추후 의원들과 상의해 추진하겠다"며 공감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감사원 국감은 장애인 시설 미비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감사원 국정감사 여야 의원을 이끈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국가기관에 장애인 시설 설치하는 것은 법적인 의무조항이다"며 "그 시설이 안 되어있으면 고발당하고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밝혀진 점도 어이없었다. 법사위 국정감사를 이끌고 있던 이 위원장은 생후 6개월 때 소아마비에 걸려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이 위원장의 감사 도중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이 현장에서 바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사원 직원들 내부에서조차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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