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위성이 발사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주영토인 동경 116도. 이 궤도는 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 부터 할당받은 고유 궤도이다. 우리 우주영토인 셈이다. 최근 이 우주영토에 대한 분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발단은 무궁화 3호 위성에서 시작됐다. KT는 무궁화 3호 위성을 2011년 홍콩의 ABS사에 정부 모르게 팔아 버렸다. 정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파악했다.

홍콩 ABS사는 무궁화위성을 사들인 뒤 궤도를 동경 116도에서 0.1도 떨어진 116.1도로 옮겼다. 이에 따라 동경 116도는 비어있게 됐다. ITU로부터 할당받은 동경 116도는 3년 이상 비어 있으면 회수가 가능하다. 홍콩 ABS사가 사들인 무궁화 3호 위성이 116.1도 궤도를 돌고 있으니 116도 궤도는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홍콩 ABS사로서는 116도가 걸림돌인 셈이다. 이에 파푸아뉴기니 정부를 동원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동경 116도에 대해 ITU에 등록을 취소하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동경 116도의 궤도에 대해 우리나라가 우주영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궁화 3호 위성을 재매입하거나 또 다른 위성을 이 궤도에 쏘아 올려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현재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ITU에 우리나라가 등록한 동경 116도 궤도에 대한 등록신청 취소가 필요하다고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KT와 우리 정부는 새 위성을 쏘아올리고 기존의 등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간단치 않다. ITU가 파푸아뉴기니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까지 함께 참여해 의논하자는 입장이다. KT가 무궁화 3호 위성을 불법으로 매각하고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미래창조과학부의 늑장 대처로 우주영토에 대한 소유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 정부가 효과적 대응을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우리 우주 영토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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