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부킹 에이전트가 우후죽순 늘면서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아마추어골퍼 A씨는 얼마 전 2인 플레이를 하고도 최소 플레이 인원수인 3인 그린피를 결제했다.

부킹 에이전트를 통해 조인했지만 라운드 당일 약속한 골퍼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내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골퍼들을 몰아주는 에이전트들에 의존했던 골프장에서는 최근 예약 과정에서 혼선이 이어지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같은 시간에 2팀이 중복 예약되는 등 유형도 여러 가지다. 골퍼와 골프장 모두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부킹대행업체, 이른바 에이전트의 등장은 물론 골프장 급증이 출발점이다. 웃돈을 얹어줘야 좋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예약을 소진시키면 오히려 골프장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에이전트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 이유다. 초기에는 음성적으로 이뤄지다 지금은 대규모로 성장한 업체들까지 등장했다. 골퍼들이 에이전트가 온라인에 공개한 제휴 골프장의 빈 시간을 채우는 식이다.

골퍼들에게는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골프장을 쉽게 예약할 수 있고, 그린피 할인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문제는 일부 골퍼들이 임박한 시간에 예약을 취소하는 등 이 과정에서 노출되는 부작용이다. 여기에 1인 업체 등 소형업체들의 무분별한 영업 행위가 가세한다.

실제 B예약사이트에는 얼마 전부터 같은 이용자가 수십 건씩 조인 요청을 올리거나 클릭하면 제목과 다른 골프장이 나오는 '낚시성' 글이 도배됐다. 이용자의 신상을 추적했더니 또 다른 에이전트의 영업 행위로 드러났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적발되는 업자들에게는 사이트 이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많게는 100여개의 아이디로 영업하고 있어 차단이 쉽지 않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개인 정보 유출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화번호 등을 수집해 고객 번호를 업체들끼리 불법으로 공유하는 실정이다. 티타임을 풀지 않고 있다가 날짜가 가까워질 때 시간을 채우는 수법으로 수수료를 더 챙기기도 한다. 답답해진 골프장은 그린피를 1, 2만원씩 더 내려주기도 해 매출 손실이 커지는 구조로 직결된다. 골프장이 에이전트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다.

골프장들의 피해 사례는 또 있다. 경기도의 C골프장은 부킹 에이전트에 남는 티타임을 제공했는데 이 업체가 불법 취득한 고객 데이터로 해당 골프장을 홍보하면서 한 고객이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신고해 사이버 수사대의 조사를 받았다. 충청도의 D회원제는 비공개 예약을 조건으로 티타임을 제공했다가 무분별한 홍보가 진행되면서 해당 골프장 회원이 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에서 150여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황현철 PGM 한국지사대표는 "직접 모객 영업을 해 본 경험이 없는 한국 골프장들은 영업 조직을 새로 구축할 수도 없어 에이전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각각의 골프장 타깃에 맞는 마케팅 등 최대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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